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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경영, 아시아계 미국 여성의 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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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패션 한국을 동양의 이탈리아로 만들겠습니다"

8일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연맹(AAFNY)'이 제정한 '올해의 인물상'을 받은 김성주(51.사진) 성주인터내셔널 회장. 그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 앞서 패션왕국을 향한 포부를 드러냈다.

1990년 설립된 AAFNY는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권위 있는 비영리단체. 매년 각계에서 성공한 아시아계 사람들을 뽑아 올해의 인물상을 수여한다. 화장품업체인 에이번의 안드레아 정 회장, 패션기업 베라 왕의 베라 왕 회장, 일본계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티 야마구치, 그리고 한국계로 김도우 (미국명 다우 김) 메릴린치 글로벌마켓 공동사장 등이 이 상을 받았다.

AAFNY는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아시아계 미국인, 특히 여성들에게 큰 귀감이 될 뿐더러 나눔의 정신이 크게 돋보였다"고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대성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회장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여러모로 능력이 뛰어난 언니 두 명 모두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시집가서 전업주부로만 사는 것을 보고는 여자라고 원하는 바를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는 79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단신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이후 영국에서 공부한 김 회장은 미국의 유명 백화점인 브루밍데일에서 일했다. 그 곳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그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구찌의 한국 판권을 따내 사업 기반을 다졌다. 그는 2005년 자신이 국내 판매를 맡아오던 독일계 신생 브랜드 MCM이 비틀거리자 이 회사를 인수,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김 회장은 "생산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자세히 알기 위해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않고 가죽 처리에서부터 풀칠까지 모두 해봤다"고 털어놨다. 또 "지난해에는 60회 이상 해외출장을 다녔고 기내에서 보낸 시간만 두 달이 넘는다"고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어려웠던 회사가 살아나 올해는 17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정열적인 활동가로 알려진 김 회장은 조용한 선행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직원들 모르게 매주 토요일마다 미혼모 자녀들을 위한 자선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MCM 직원 전원이 그의 선행에 동참하고 있다.

김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패션은 그때 그때 유행도 있지만 방향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젊은 디지털세대가 주류가 될수 밖에 없는 만큼 글로벌화되고 지적인 21세기형 남녀들을 위한 합리적 가격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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