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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2시간 내내 Live ! … 30대 남성 수만 명 열광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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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6일 밤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 도쿄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이곳에서 일본 여성 아이돌그룹 '모닝구 무스메'의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은 한마디로 경쾌하고 발랄한 멜로디와 밝고 귀여운 가사, 깜찍한 안무로 장식된 '세라복' 같았다. 3만여 명(2회 공연)의 관객은 대부분 30대 남성이었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가 10, 20대의 전유물인 한국과 다른 광경이다. 남성 관객들이 두 시간 내내 멤버들의 춤 동작을 따라 하고, 발도 구르니 마치 땅이 흔들리는 듯했다.

올 3월 시작한 일본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리더 요시자와 히토미(22)의 '졸업식'. 사이타마는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9명의 멤버만큼 다양한 색깔의 형광봉을 흔들던 관객은 순간 요시자와를 상징하는 흰색 형광봉을 꺼내들어 객석을 하얗게 물들였다."팬 덕분에 지난 7년간 행복했다"는 그의 인사말에 일부 남성은 흐느껴 울기도 했다.

'러브 머신' '더 피스' '연애 레볼루션'으로 이어진 히트곡 메들리에서 멤버들은 모닝구 무스메가 어떻게 지난 10년간 정상급 여성 아이돌그룹의 자리를 지켜냈는지 춤과 노래로 증명하는 듯했다. 두 시간 내내 전곡을 라이브로 소화하며 춤추는 것은 엄청난 연습량 없이는 불가능한 일. 7일 집계한 모닝구 무스메의 싱글 판매량은 1108만여 장으로, 일본의 전설적인 여성듀오 '핑크 레이디'(1103만여 장)를 넘어섰다.

◆모닝구 무스메, 21세기형으로=이날 요시자와의 졸업은 그룹 차원에서 각별한 사건이었다. 20세기에 가입했던 멤버들이 모두 퇴장하게 된 것. 일본 언론들은 "모닝구 무스메가 21세기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화하고 있다는 표현은 최근 두 명의 중국인 멤버(준준.링링)를 영입한 것과 관련이 있다. 모닝구 무스메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아 아시아 진출을 선언했다. 아시아 진출을 위해 현지 멤버의 영입은 반드시 필요한 일.

모닝구 무스메의 프로듀서 쑨쿠는 "자격만 갖추고 있다면 한국인이든 인도네시아인이든 국적에 상관없이 영입할 생각"이라며 "몇 년 전부터 한국인 멤버를 물색해 왔는데 아쉽게도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아시아 진출은 중국.동남아 등에서의 활동을 발판 삼아 일본 내에서의 인기를 재점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초반 정점을 찍었던 모닝구 무스메의 인기는 요즘 주춤한 것이 현실. 주요 팬 층이 구매력 있는 30대라는 점은 비즈니스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아이돌 그룹의 속성상 팬 층을 젊은 세대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 소속사인 업프론트 웍스의 판단이다.

업프론트의 야마모토 시게유키 이사는 "데뷔 때의 팬들이 모닝구 무스메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30대가 됐다"며 "'아저씨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시스템 갖춘 전방위 그룹=새로운 멤버의 선발과 기존 멤버의 졸업이라는 시스템은 모닝구 무스메만의 색깔이자 지금껏 그룹을 지탱해 온 생명력이기도 하다. 1997년 5명의 멤버로 시작한 모닝구 무스메는 새로운 멤버의 선발과 졸업을 반복하며 현재 8기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다. 많을 때는 15명이 함께 활동했던 적도 있다.

현 멤버를 포함해 지금까지 모닝구 무스메에 몸담았던 사람은 총 50여 명. '홀로서기'를 할 만큼 기량을 쌓은 멤버들은 같은 소속사에서 솔로로 활동한다. 지난해 내한 공연을 했던 고토 마키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활동 중 스캔들에 휘말리면 그룹에서 하차해야 한다. 열애설과 흡연 등의 문제로 사퇴하거나 해고된 멤버들도 있다.

이날 공연에서 졸업한 요시자와는 "각 멤버들의 장점을 후배들이 물려받아 더욱 견고한 그룹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모닝구 무스메만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그룹 활동을 하면서 개인별로 TV 프로.뮤지컬 등에 출연하는 활동 방식은 한국의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등에게도 영향을 줬다.

한편 가수 겸 탤런트 현영은 모닝구 무스메의 히트곡 '연애 레볼루션'을 번안해 부를 예정이다. 모닝구 무스메는 이처럼 한국인의 귀에 자신들의 음악을 친숙하게 한 뒤, 앨범 발매.공연 등 본격적인 진출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타마=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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