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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노당 대선후보 경선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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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동당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이 그저께 당내 대선 경선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먼저 공동협약식에 참석해 공정한 경선을 약속했다. 그야말로 당연한 다짐인데도 신선하게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워낙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반 국민은 민노당의 경선에 관심이 없다.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민노당 후보가 얻은 표는 5%에 못 미쳤다. 1997년 민노당 전신인 '국민승리 21'의 권영길 후보는 1.2%를 얻었다. 2002년에도 권영길 후보가 다시 나서 3.9%를 얻었다.

사표(死票)를 방지하려는 전략적 투표가 작용하면 민노당 후보가 얻을 수 있는 표는 정당 지지도를 넘기 어렵다. 현재 민노당의 정당 지지도는 6~8%지만 각 후보 지지도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1% 남짓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민노당 지지도가 10%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는 열린우리당을 앞서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리멸렬한 탓이겠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대안 세력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지지도가 올라가자 김종철 당시 대변인은 "실체를 보니 생각처럼 과격한 모습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뒤 왜 다시 주저앉았을까. 일시적인 이미지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책과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어제 심상정 의원이 가장 먼저 내놓은 대선 공약은 채권 30조원, 재정 25조원, 전력증강 예산 25조원 등으로 10년 동안 100조원을 모아 남북 경제공동체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재정과 전력(戰力)을 그렇게 줄여도 되며, 그 많은 부담은 누가 어떻게 진다는 말인가. 어차피 우리 주장은 그대로 관철되지 않을 것이니 내놓고나 보자는 식이어서는 신뢰를 줄 수 없다. 당내 강경파의 입맛에 맞춰 당내 경선이나 잘 치러 보자는 식이어서는 내년 총선도, 미래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