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출산율 '반짝'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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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출산율이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2005년 1.08이던 출산율이 2006년 1.13으로 올랐다. 신생아 울음소리도 6년 만에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45만2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1만4000명이 증가했다.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출산율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친 데다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해 '재앙'이라고 할 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출산율의 '반짝'증가세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하다. 우선은 혼인이 늘고 이혼이 줄어든 데다 출산을 연기하던 기혼 여성들이 출산 대열에 동참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30대 초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출산율은 20대 후반의 출산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출산율 상승은 앞으로 한두 해는 계속될 것이다. 이른바 '쌍춘년'이던 지난해 결혼한 부부의 출산이 본격화할 것이고, 올해도 아이가 태어나면 부자가 된다는 '황금돼지해'인 만큼 출산이 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결코 낙관할 수 없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전 세계 평균인 2.69명, 현재 인구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2.1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번 출산율 증가가 정부의 저출산 종합대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위기감이 확산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출산 장려 분위기가 맞물린 덕으로 보인다. 30대 여성들의 출산은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을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지 보육이나 직장환경 등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은 아니다. 이는 일하는 여성들 한두 명만 붙들고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결국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경제 상황을 호전시키고, 부모들이 아이를 낳아 제대로 기를 수 있도록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며,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모처럼의 출산율 상승 반전을 추세로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