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절반 11만 달러 '토네이도 피해'성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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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한국시간) LPGA 투어 셈 그룹 챔피언십에서 연장 우승을 차지한 김미현(왼쪽에서 둘째)에게 이미나(右) 등 한국 선수들이 물을 부으며 축하하고 있다.[브로큰애로 AP=연합뉴스]

'수퍼 땅콩' 김미현(30.KTF) 선수가 7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브로큰 애로(Broken Arrow)의 세다 리지 골프장(파 71)에서 끝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셈 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김미현 선수는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소식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우승상금(21만 달러) 중 절반이 넘는 11만 달러(약 1억원)를 토네이도 이재민을 위한 성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대회기간 중 오클라호마주와 인접한 캔자스주에는 강한 돌풍이 불어 9명의 사망자와 16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클라호마주와 캔자스주는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다. 김미현은 "마침 대회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사고가 났고, 신문을 보니 이재민들의 사정이 너무 안타까워 성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는 10일 버지니아주 킹스밀에서 열리는 미켈롭 울트라 오픈에서 성금을 낼 계획이었다. 조승희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버지니아주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김미현은 "마침 우승을 했고, 토네이도 피해가 생겨 먼저 기부를 했지만 미켈롭 오픈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버지니아텍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또 성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현의 성금 기탁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기부 문화'를 바꿔놓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는 30여 명이나 된다. 그러나 연간 1000만 달러가 넘는(지난해는 총 108억원) 상금을 타가면서도 기부에는 인색해 '이기적인 선수들'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김미현 선수는 "주활동무대가 미국이니 이곳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한다"며 "맏언니로서 솔선수범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도 베풀 줄 아는 사람들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김미현은 신인왕을 수상하던 1999년과 9.11테러가 터진 2001년에도 1만 달러씩을 기부했다.

성호준 기자

※김미현 선수는 매주 금요일 중앙일보에 골프 레슨 칼럼 '골프야 놀~자'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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