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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발 금융위기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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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에는 대출금리까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부담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04년 6.28%에서 2005년 7.78%, 지난해에는 8.64%로 빠르게 높아졌는데, 이는 미국의 7%나 일본의 4.7%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2010년에는 이 수치가 9% 중반까지 상승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가계가 번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가계빚에 대한 상환 압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는 전체 자산의 대부분(76.8%)을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금융 여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처분하지 않고도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 역시 2005년 말 43.2%에서 2006년에는 44.4%까지 높아져 실질적인 부채상환능력도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소득과 금융자산의 증가 속도에 비해 빚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원리금상환 압력이 커지면서 가계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계발 금융위기론까지 솔솔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기관의 손실대응능력이 크게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가격이 상당 폭 하락하거나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해 일부 가계의 연체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에 따른 손실이 금융권 전반의 불안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조만간 가계발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는 얘기다. 특히 현재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이 49.3%에 불과해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인한 연체 때문에 주택을 강제로 처분하는 등의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주로 대출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됨에 따라 만기구조.상환방식.금리조건 등 대출구조의 건전화에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단기간(주로 3년) 거치 이후 전액 상환하던 대출방식을 10년 이상의 장기대출로 유도하는 동시에 원리금도 분할 상환케 하는 등 원리금 상환 부담이 일시에 집중되지 않도록 대출방식 전환을 적극 유도해 왔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일시에 상환 부담이 집중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가계 부문의 충격을 지금만큼이라도 완화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앞으로도 금융감독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와 부동산 버블 붕괴 및 가계부실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출 당시 상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대출을 유발하고 있는 현행 분할상환대출의 거치기간을 없앤다면 가계대출 구조를 더욱 건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정책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부채를 줄이려는 가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소비여력과 늘어나는 빚 부담 속에서 가계가 찾아야 할 최선의 경제원리는 부채의 절대수준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정부가 이자를 깎아 주고 세금을 낮춰 주기를 바라는 소극적 기대보다는 스스로 자산 건전성을 갖추어 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