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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올바로 배웁시다”/러연TV 코미디방영(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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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반기부터 시장경제 등 내용/환상에 젖은 국민에 역기능도 일깨워
자본주의를 가르치는 시추에이션 코미디프로가 올해 하반기부터 러시아인의 안방극장에 선보이게 될 것 같다.
『스미르노프 가족』이란 제목의 이 프로는 스미르노프 가족들이 서방국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겪는 사랑·모험,그리고 갖가지 경험을 통해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구소련 시청자들에게 부담없이 보여주게 된다.
70여년간 사회주의적 계획경제하에서 비효율·물자부족 등의 폐해를 경험한 까닭으로 많은 러시아인들은 공산주의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한편 자본주의는 자유·풍요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에 대한 순진하고 낭만적인 「환상」이 널리 퍼져 있고 국민들이 시장메커니즘에 익숙치 못한 사정이 이 프로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빈대학에 유학한 주인공 카차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카차는 한 기업 고문변호사를 만난다. 변호사는 친절하게 기업 설립방법을 설명해주며 그녀를 유혹하려 한다. 이런 식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주연배우 다리아 페크렌코는 이 프로의 제작의도가 『기업은 좋은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그리고 자본주의하에서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미르노프 가족』은 지난 90년 오스트리아의 경제전문 영화제작사인 에코비전사가 모스크바 세계경제연구소와 접촉하면서 구상됐다.
이 연구소는 공동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정부는 제작비 2백만달러(약 16억원)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
이 프로는 러시아TV를 통해 20회 시리즈로 방송할 예정이며 매회 45분 프로중 후반부는 스미르노프 가족이 보여주는 자본주의 실상에 관한 토론을 방영할 계획이다.
제작진은 시청자가 외면할 딱딱한 프로가 아니라 웃으면서 배울 수 있는 프로로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 프로의 대본은 오스트리아 작가의 작품이다. 이것을 러시아 제작진이 검토,현실감을 높이면서 오락적 요소도 가미해 촬영하고 있다.
방송을 앞두고 이 프로의 인기가 너무 높을까봐 걱정을 하는 측도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동유럽의 이민·난민이 몰려들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이 프로가 서방을 동경하는 러시아인들을 자극,이민사태가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빈의 명물인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스페인 승마학교」에 대해서 되도록이면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에코비전사는 『스미르노프 가족』이 성공을 거두면 루마니아·우크라이나·불가리아와도 제2,제3의 『스미르노프 가족』을 만들 계획이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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