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협력사 사무실 등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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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후 서울 광장동 D토건 사무실과 김 사장 자택을 압수수색해 상자 4개 분량의 자료와 컴퓨터 한 대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김 사장은 사건 당일 한화 측의 연락를 받고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D토건 직원들이 보복 폭행에 가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케줄 표와 직원 명부.사진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에겐 D토건 직원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사건 현장에서 본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사장은 3월 8일 오후 7시30분쯤 김 회장의 최측근인 김모 부속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청담동 G가라오케, 청계산, 북창동 S클럽을 차례로 이동했다. 김 사장은 사건이 마무리된 9일 오전 1시쯤엔 비서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들의 통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 사장이 한화 측의 지원 요청을 받고 보복 폭행에 인력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는 일부 피해자의 진술이 김 사장 일행을 지칭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1991년 설립된 D토건은 연 매출액 200억원대의 토목 전문회사다. 직원은 40여 명. 최근 한화로부터 대형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 거짓말 탐지기 동원=경찰은 5, 6일 이틀간 피해자 6명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신뢰할 만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과 차남 등 피의자 측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했다. 북창동 S클럽과 청담동 G가라오케 등에 대한 현장검증도 마쳐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 김 회장 "후회스럽다"=김승연 회장이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해 "후회스럽다"는 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최상순 ㈜한화 부회장과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 등을 자택에서 만난 자리에서 "둘째 아들이 피투성이가 돼 집에 들어왔는데 자초지종을 듣고 격정을 억누르지 못했다"면서 "내가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아들에게) 사과를 받으라고 했다가 결국 일이 잘못돼 이러한 사건으로 비화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지금이 내 인생의 최대 고비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장일형 한화그룹 홍보팀장은 "김 회장으로서는 고소하겠다는 아들의 의견을 물리치고 대신 남자답게 사과를 받으라고 했던 것이 이렇게 일이 커져 버렸으니 후회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화 홍보팀과 법무실 임직원들은 일요일에도 전원 출근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비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한화그룹 경호과장 진모씨는 6일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오모 경위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현상.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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