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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여자의 맘 사로잡고 싶은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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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내 남자 리모델링하기

W 브루스 카메론 지음

정경옥 옮김, 명진출판

"리모컨만 주면 다시 태어나도 함께 살 텐데…."

날씨 좋은 주말, 종일 TV를 끼고 앉아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저녁에도 리모컨을 내놓지 않자, 드라마를 못 보게 된 집사람이 회유 겸 협박으로 던진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리모컨을 양보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반성은 했죠. '음~, 좀 심하긴 하지'하고.

그러다 이 책을 보고 가슴 뜨끔했습니다.'여자를 힘들게 하는 남자들의 철없고, 이기적이고, 못된 성격과 습관. 행동들을 완벽히 뜯어고치는 방법'이라니! 한편 손봐줘야 할 남자친구, 남편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책이 팔릴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적이 안심도 되더군요.

도대체 얼마나 당돌한 여성이 썼을까 싶어 뒤적이니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우선 남성, 그것도 이혼당한 남성이 쓴 글이었습니다. 이혼 후 많은 여성과 데이트를 하긴 했는데 그 뒤로는 진도가 이어지지가 않더랍니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하소연하니, 동생 왈 "오빠 식대로 살다가는 평생 혼자 살아야 할걸"하더라죠. 결점이 많은데도 고치려 하지 않으니 여자들에게 퇴짜를 맞는다는 말에 겁먹은 지은이가 동생에게 고쳐야 할 사항의 목록을 부탁하자 무려 178개나 지적받습니다(스스로 찾은 결점은 4가지였습니다).

지은이는 개과천선을 결심합니다. 스스로 '리모델링된 남자'를 자처하며 여성들이 자기 남자에게 불만을 느낄 사항에 대한 '처방'을 내리고 실천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자기 블로그에 올려 인기를 모은 끝에 책을 냈다는데 일단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은이가 원래 미국의 손꼽히는 유머 작가거든요.

자기 아버지 요리법이랍니다. "1. 터키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을 아내에게 묻는다 2. 마요네즈를 어디에 넣는지 아내에게 묻는다 3. 포테이토 칩이 들어가는지 아내에게 묻는다"라네요.

양말을 벗어 아무 데나 두는 남편에게는 그 양말 뭉치에 리모컨을 묻어두라는 식입니다. 이처럼 천연덕스러운 이야기 솜씨 덕에 남성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단 대화법에서 집안일 거들게 하기까지 다양한 처방이 나오는데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답니다. "남자를 개조하고 싶다면 남자와 여자 중에서 한쪽은 항상 옳고 다른 쪽은 항상 그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또 남성이 스스로 달라지겠다는 생각해냈다고 믿게끔 만들어야 한다." 지은이의 충고입니다. 그래야 각종 '처방'이 효과를 본다네요.

그건 그렇고 집사람이 다시 얼마 전에 그러더군요. "리모컨 줘도 다시 살지는 않겠다"고. 백약이 무효라고 느낀 건 아닌지 슬며시 겁이 나 이 책 꼼꼼히 읽었습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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