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 태정국 수습 가닥잡기/「아난」 과도내각 출범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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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부 「솜분」지지로 시위 재발우려/국민뜻 따른 푸미폰 국왕의 선택
태국정치에 대한 군부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개헌안이 10일 국회에서 확정되고,아난 판야라춘 전과도정부 총리가 위기관리 정부의 수반으로 임명됨에 따라 그동안 혼미를 거듭해온 태국정국은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2월 군사쿠데타 이후 지난 3월 총선이 실시될 때까지 과도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끈바 있는 아난총리는 5월 유혈사태를 수습하고 정통성 있는 새 정부를 출범시킬 책임을 떠맡게 된 것이다.
태국의 5월 민주화 시위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수친다총리의 사임과 정치에 대한 군부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법개정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수친다총리 사임 이후 후임총리 선출과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문제를 놓고 친군부 5개여당과 군부는 기득권 보호에 급급한 나머지 솜분 라홍 차트타이당 당수를 총리후보로 내세워 기존체제 유지에 총력을 경주했다.
그러나 푸미폰국왕은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에 따라 아난총리를 전격 지명함으로써 사태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이다.
대다수 태국 국민들은 기존 연정에 참여하지 않은 4개 야당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거나 중립적인 인물을 과도정부 총리로 내세워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실시,새 민간정부가 출범하기를 바랐다.
만약 군부의 뜻대로 솜분당수가 총리로 지명될 경우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길거리로 몰려나와 걷잡을 수 없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또 다른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푸미폰국왕이 아난 총리에게 난국 수습책임을 맡긴 것은 그가 지난해 쿠데타 이후 과도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특히 그가 탁월한 경제전문가 이면서 국민의 투터운 신임을 받고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아난총리는 흩어진 정국의 수습과 함께 5월의 유혈사태 뒷처리에 다시 한번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임무를 요구받고 있다.
한편 대다수 태국 국민들은 아난총리 임명소식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환영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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