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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감형 지휘'…軍재판 비리 악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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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군 법무관 중 최고위직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지낸 김창해(金蒼海.48)예비역 준장이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군 사법체계 전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서울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郭尙道)는 16일 변호사 7명에게서 사건 선처 명목으로 현금 1천6백만원을 받고 3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로 金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金씨에게 3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줘 1천만원가량의 금융이익을 제공한 禹모 변호사와 1천여만원을 건넨 徐모 변호사를 각각 불구속 및 약식 기소했다.

禹.徐변호사와 金씨에게 80만~3백만원을 건넨 다른 변호사 2명 등 4명은 대한변협에 징계를 통보됐다. 나머지 변호사 3명은 액수가 적어 입건 유예됐다.

金씨는 육군법무감 재직 시절인 2000년 8월 군인 성폭행 사건에서 관할 군사법원장을 통해 禹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도록 도움을 주고 두달 뒤 禹변호사로부터 3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1천만원가량의 금융이익을 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金씨가 역임한 육군법무관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군법무관에 대한 인사.감독권과 선고 형량도 감경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어 그가 변호사로부터 받은 돈은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金씨는 또 2000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徐변호사 등 군 법무관을 마치고 갓 개업한 변호사 3명으로부터 예금통장을 넘겨받아 이들이 받아야 할 국선변호비 1천5백여만원을 대신 챙긴 혐의도 드러났다.

변호사들은 법무관 재임 당시 국선변호비를 상납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알고 전역 후 金씨에게 이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팀장은 "군 사법기관들이 군 내부의 비리를 적발하지 못하고 비리 간부들이 전역한 뒤에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군 사법기관들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군 사법제도는 ▶지휘관과 그의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참모 등이 선고된 형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군 검찰과 군 재판부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으며▶일반 장교도 재판장을 맡을 수 있어 엉뚱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문제점 등이 지적돼 왔다. 군 법무관을 지낸 김창규(金昌奎)변호사는 "현행법상 군사재판은 2심까지 진행된 뒤 대법원에만 상고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장기적으로 군사재판은 1심으로 그치고 2심부터는 일반 법원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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