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택시요금 인상 배경|승객-업자 사이 "눈치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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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부의 택시요금 인상은 물가안정 차원에서 공공요금의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앞세워 택시문제 근본해결을 또 다시 미룬 결과로 풀이된다.
승차거부·합승·난폭운전 등 서민들이 매일 피부로 절감하는 택시문제의 해결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리로 택시요금수준과 연계돼 논의돼왔고 과연 택시를 고급교통수단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대중교통수단으로 볼 것이냐 하는 원초적인 방향설정·인식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려왔다. 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요금조정이 택시의 기능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미흡하지만 물가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원가보전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택시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금인상은 노조와의 임금협상까지 감안한다면 업계의 경영난을 더 어렵게 만든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요금조정은 몇 가지 점에서 교통부의 택시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택시의 기본요금을 소형은 7·1%, 중형은 11·96%로 차등 인상했다는 것은 요금특성상 정액인상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교통부가 추진하고있는 택시의 원래기능 회복을 위한 고급택시 도입의 방안으로서 택시의 다원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즉 택시의 종류를 다원화함으로써 준 교통수단으로서의 택시와 고급교통수단으로서의 택시를 도입, 요금수준에 차별을 둠으로써 우선 이용객들이 선택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지하철망과 대중교통수단이 일정수준에 이르게되는 시점에서 고급교통수단으로 택시기능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교통부는 이용객들이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택시의 실차율(전체운행 중 승객이 탑승한 율)이 일본동경 수준인 52%정도는 돼야하지만 현재 우리는 전국평균 74·5%나 되는 데다 수송분담률도 서울 12·6%(하루 3백20만명), 부산 22·3%(하루 1백50만명)로 동경의 5·2%에 비해 턱없이 높아 택시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정책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인상에서 주행요금의 단위는 그대로 둔 채 주행거리를 조정해 인상효과를 얻도록 한 점도 장거리운행을 꺼리는 업계의 불만을 무마하면서 인상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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