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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art] "연예인 대우 받으니 즐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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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심리치료를 위해 연극을 배워 제15회 전국대회에서 장려상까지 받은 위 스타트 속초 마을 어린이 봉사대가 3일 금강장애인 주간보호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속초=강정현 기자

"장애인은?" "단지 불편할 뿐이다!"

위 스타트 속초마을 이승우 센터장이 묻자 어린이 봉사대(연극부) 24명이 일제히 화답한다.

3일 강원도 속초시 금강 장애인 주간보호소. 자선공연 '남 견우, 북 직녀뎐'을 앞두고 이승우 센터장은 걱정이 많았다. '관객 대부분이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이라 공연이 끝나고 어린이 배우들이 장애인을 외면하지나 않을까'.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관객은 무대에 집중했다. 또래 배우의 연기에 손뼉을 치고 율동도 따라 했다. 막이 내리고 또래 관객과 배우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도 췄다. 처음 만난 사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연극부장 김정원(초등학교 5년)양은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관객이 나를 연예인처럼 좋아해 주니 나도 그들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전만 하더라도 정원이는 사람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 했다. 주눅이 들었다. 생활형편상 이런 아이들이 많자 속초 위 스타트 센터는 심리치료를 위해 연극을 선택했다.

허이재(32) 사회복지사는 "대도시에선 악기 등 음악수업을 많이 하지만 속초에선 여건이 어렵다. 대신 지역 극단이 있어 연극 수업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극단 굴렁쇠의 배우들이 매주 방문해 연기를 가르쳤다. 굴렁쇠의 남호섭(23)씨는 "처음 만났을 땐 이렇게 마음을 닫고 사는 아이도 있구나 싶어 놀랐다"며 "연기를 요청하면 무조건 우는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원이도 그랬다. 지난해 11월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한 제15회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 위 스타트 어린이들이 참가하기로 하고 3개월간 매일 밤 늦게까지 연습했지만, 주인공 '직녀'역을 맡은 정원이는 기본 발성조차 되지 않았다.

이승우 센터장은 "'다른 아이로 바꾸자'고 했더니 직원들이 '참가 목표가 입상이 아니라 자신감 찾기 아니냐''정원이를 믿고 맡기자'고 반대했다"며 "결국 대회 직전에 정원이의 목소리가 터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연극부장을 맡을 정도로 표정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열린 경연대회에서 장려상까지 받은 연극부는 지역사회의 자랑거리가 됐다. 1월 반야노인요양원에서 한 첫 번째 자선공연에서 즐거워하는 할아버지.할머니를 보면서 아이들은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까지 갖게 됐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악동 중의 악동'이었던 김준완(초6)군은 연극부 감독을 맡은 지 3개월 만에 '의젓한 맏형'으로 변신했다.

자선공연엔 학부모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아침부터 트럭을 몰고 나와 각종 무대장치를 날라주는 이도 있다. 장영선(초5)양의 어머니 정근숙(51)씨는 소품을 나르며 "늦둥이 외동딸이라 내성적이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알고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속초마을처럼 전국의 18개 위 스타트 마을이 자원봉사 중이다. 2회 위 스타트 마을 가족 자원봉사축제는 6일까지 계속된다.

속초=원낙연 기자 <yanni@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위 스타트 운동=빈곤 아동에게 공정한 복지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출발을 도와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 주자는 운동이다. 중앙일보와 한국복지재단 등이 벌이고 있다. 홈페이지: westart.or.kr 성금:기업은행 035-061482-04-011(위 스타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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