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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프랑스 대통령 뽑는 날 '1974 추억' 재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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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6일)를 이틀 앞둔 시점의 판세는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달 22일 1차 투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4~9%포인트 줄곧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예측불허다. 막판 뒤집기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우세를 보이던 주자가 2차 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패배했던 1974년 대선과 많이 닮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 1차 투표 승리자 안심 못한다=74년 최악의 경제상황을 업고 야당 후보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은 초반부터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 그는 특별한 경쟁 없이 좌파 대표로 나서 줄곧 선두를 뺏기지 않았다.

올 선거에서 사르코지는 1월 단독 후보로 추대돼 사실상의 우파 대표로 일찌감치 유리한 입지를 굳혔다. 후보 지명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74년 1차 투표에서 미테랑은 43.2%의 높은 득표율로 결선에 올랐다. 2위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후보를 10.6%포인트나 앞선 상태였다. 여권 후보인 사르코지가 31.2%라는 근래 보기 드문 득표율로 1위로 결선에 오른 것과 흡사하다.

74년 미테랑의 승리가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2차 투표의 최대 변수는 제3 후보의 거취였다. 3위 자크 샤방델마스는 같은 우파인 지스카르 데스탱과 1차에서 다시는 한 배를 타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그렇다고 지향점이 다른 좌파 후보인 미테랑을 지원할 수도 없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샤방델마스가 2차 투표 직전 입을 열었다. 좌파 후보는 찍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발언으로 샤방델마스가 1차에서 얻은 380만 표가 순식간에 지스카르 데스탱 쪽으로 몰렸다. 우파의 결집도 이뤄져 투표율은 1차보다도 높은 87.3%까지 치솟았다. 결국 지스카르 데스탱이 1.6%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미테랑을 누르는 이변이 연출됐다.

◆ 74년 대역전 재연되나=이번 선거전에서도 1차 투표 직후 모든 시선은 3위의 바이루에게 쏠렸다. 차기를 노리는 바이루로서는 누구도 쉽게 지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 그가 선거를 사흘 앞두고 "사르코지를 찍지는 않겠다"고 발표했다. 루아얄 지지 선언이나 다름없다. 르피가로가 TV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사르코지가 루아얄에 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루의 이 한마디가 74년의 대역전극을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74년은 처음 TV 토론이 도입돼 무려 2300만 명이 지켜보는 등 선거 열기가 매우 높았는데 이번도 유사하다.

사르코지와 루야얄은 4일 각각 남부 도시 몽펠리에와 북부 도시 릴에서 마지막 대규모 유세에 나섰다. 사르코지는 지지자들에게 "나는 '깡패'들의 친구가 되지 않겠다"며 자신의 강점인 치안과 공권력을 강조했다. 루아얄은 "여성의 시대가 왔다. 여성 후보를 과감하게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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