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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암살음모 다룬 새 영화 『루비』 미서 개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JFK』에 이어 케네디 암살의 음모를 밝히는 또 다른 영화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개봉돼 케네디 미스터리는 점점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새로 개봉된 영화는 영국출신 감독 존 매켄지의 『루비』.
『JFK』가 모든 자료와 주장을 총동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된 반면 『루비』는 케네디의 암살범 리 하비 오스월드를 살해한 잭 루비를 중심으로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루비』는 원래 영국에서 무대에 올리기 위한 희곡으로 쓰였던 것이나 5년 전에 영화화하기로 결정돼 시나리오로 다시 쓰였다.
『루비』의 원작자 스티븐 데이비스는 『드라마는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면서 오스월드를 살해한 후 67년 암으로 사망한 잭 루비를 통해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드라마형식으로 원작을 고쳐 썼다. 루비는 이 영화에서 마약을 밀매하면서 미 중앙정보국(CIA)및 마피아와 동시에 인연을 맺고 댈라스의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어두운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원작자 데이비스는 매우 오랫동안 케네디 암살연구에 몰두, 워런 위원회의 보고서를 독파하고 20여권에 달하는 케네디와 잭 루비에 관한 책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비스는 중요한 단서를 하나 발견했는데 오스월드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총은 실제시험결과 50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헛간문을 제대로 맞힐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또 전·현직 CIA관리들을 인터뷰한 후 『미국정치에 허위성이 존재하고 역사가 진행되고있는 뒤안길에 숨져진 사실들이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고 밝히고 『루비라 불리는 모호한 인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루비』는 내용 못지 않게 경쟁작인 『JFK』와 제작과정에서의 신경전으로 또 다른 화제를 뿌리고 있다.
『JFK』가 먼저 개봉되기는 했지만 매켄지의 『루비』가 몇 년 앞서 제작에 들어갔었는데 제작과정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소행으로 짐작되는 몇 가지 사건들이 발생해 실제개봉은 늦어지게 됐다.
매켄지의 미국 내 대리인은 올리버 스톤의 대리인도 겸하고 있었는데 이 대리인이 시나리오의 상당부분을 다시 고쳐쓰도록 요구해와 이에 상당한 시간이 소모됐다. 또 매켄지의 『루비』프로젝트에서 핵심역할을 맡고있던 매니저 한 명이 돌연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있는 『후크』팀으로 자리를 옮겨버려 『루비』의 제작은 3개월이나 지연됐다.
의심이 가는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케네디가 타고 가다 암살된 리무진과 유사한 리무진을 빌리려했으나 이미 어떤 사람이 매켄지에게 임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2만5천달러를 주인한테 지불해놓았다. 이 리무진은 현재 한대밖에 남아있지 않아 주인과의 협상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또 암살에 쓰인 건물도 임대해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미 주인에게 4만달러가 지불돼 있어 촬영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일들이 누구에 의해 주도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덕분에 『JFK』는 촬영을 먼저 끝내고 『루비』보다 6주나 앞서 개봉, 수백만달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뒤늦게 개봉된 『루비』는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나 과연 『JFK』가 몰고 온 열기를 능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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