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성 정계진출 부쩍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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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여성이 미합중국을 남성대신 주도한다면 전쟁은 사라지고 28일마다 열띤 협상만이 있을 뿐이다.』
이 말은 미국남성들 사이에서 흔히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비아냥대는 오래된 농담이다.
그러나 올11월 실시되는 상하원 의원선거에 1백86명의 여성후보가 나설 전망인 가운데 최근 미 의회 의원들의 부도수표 남발사건 등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계의 비리가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 많은 여성들의 의회진출이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소련연방의 붕괴와 LA흑인폭동의 발생으로 사회복지문제, 교육문제, 범죄퇴치 등 국내 사회문제해결에 더 많은 정책우선권을 둬야한다는 미국내 여론은 여성참정권 확대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 미국의 시사잡지 『라이프』지는 미국을 여성들이 주도한다는 가정하에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능성을 최신호 커버스토리로 다뤄 흥미를 끈다.
현재 미국에서는 캔자스주 출신 낸시 랜던 카세바움, 메릴랜드주 출신 바버라 A 미쿨스키 상원의원과 캔자스주의 조안 피니, 오리건주의 바버라 로버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캐럴 A 캠벨 주니어 주지사가 여성이다. 유일한 여성대법원판사는 샌드러 오코노로 이들이 대표적인 정계여성인 셈.
『라이프』지가 미국 성인남녀 1천2백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탁아시설 확대(남58%, 여86% 동의) ▲무기구입의 엄격한 제한(남50%, 여70% 동의) ▲사형제도 폐지(남46%, 여54%) ◆음주운전자의 처벌강화(남58%, 여76%) ▲정부의 범죄퇴치노력 강화필요성(남46%, 여55%)등 현안의 국내문제에 대한 남녀간의 현격한 의견차이가 더욱 여성의 정치권 진출의 필요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지난 미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여성유권자 수는 남성유권자보다 5백92만4천6백30명이 더 많았다. 1916년 몬태나 출신 재넛 랭킨이 여성으로 처음 미 의회에 진출한 이래 이같은 여성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참여 욕구의 종착역은 아마도 여성대통령 탄생일 것이다.
『라이프』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61%가 자신의 생전에 미국에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성대통령의 탄생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여성대통령이 탄생하리라고 믿는 여성의 숫자는 남성보다 적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로니컬하다.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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