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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名品오디오 탄생 '시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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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스피커'. 오디오파일(하이파이를 추구하는 애호가)들에게 의견을 물을 경우 의외로 쉽게 몇몇 모델로 답이 압축될 수도 있다. 애호가들은 오래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골드문트사의 명품 '아폴로그', 디자인의 귀족으로 통하는 네덜란드의 벵 앤드 오룹슨(B&O)등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소누스 파베르의 소형 스피커 '과르네리 오마주'를 제외하면 어불성설이다. 42개 조각의 원목을 짜맞춘 인클로저(스피커 통)는 목재 가공의 진수로 평가받는다. 이에 비해 국산 오디오의 최대 취약점은 '촌티'나는 디자인인데, 이를 덮을 새 카드가 제시됐다.

홍익대와 오디오업계가 산학협동 차원에서 세운 업체 메탈사운드디자인(MSD 대표 유국일.37)의 등장이 그것이다. 19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사운드는 물론 디자인에서 명품들에 밀릴 게 없는 모델들을 출시해온 대표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업체다. 이 업체는 국내 오디오업계 전반에 폭넓은 디자인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과르네리 오마주를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영국.프랑스 등 전통강국에 밀렸던 오디오의 변두리. 그러나 발군의 디자인 감각을 앞세워 오디오산업 신흥국가로 등장했다. 그 덕에 소누스 파베르는 물론 또 다른 스피커사 '오페라', '앰프를 이렇게도 만드는구나'싶은 앰프 제작사 파토스.오디오 아날로그 등도 동시다발로 뜨고 있다.

MSD의 디자인 완성도는 그들에 못지않다. 이 업체가 지난 6월 성곡미술관에서 초대전을 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초대전 자체가 디자인에 대한 평가다. 홍익대 사회교육원 빌딩에 입주한 MSD가 이 대학 금속조형디자인학과(옛 금속공예과) 최현칠 교수팀과 협조체제를 유지해온 후광도 무시 못한다.

MSD가 최근 미국 현지에 마케팅 법인을 설립하고 세계시장에 뛰어든 것도 새 변화다. 로스앤젤레스의 다국적 회사인 이 법인은 '수노 디자인'으로 세계시장 배급을 맡은 딜러이기도 하다. 최현칠 교수는 "오디오 벤처 회사인 MSD는 아직은 내수용인 국산 오디오의 도약을 위한 역할모델"이라고 말한다.

MSD의 특징은 두랄루민(황동을 섞은 특수 알루미늄)과 알루미늄만으로 스피커통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세계 첫 시도인 이런 제작방식은 전통적인 스피커 제작 재료인 원목.합성목과의 깨끗한 결별을 알린다. 이런 모험은 현대 스피커들의 컨셉트는 유니트(트위터.우퍼 등을 말함)에서 나오는 소리만으로 승부를 낸다는 추세에서 착안했다.

즉 요즘 스피커들은 탄노이 같은 통울림을 억제하는 데 사활을 건다. '쿨하고 깨끗한 사운드'를 얻기 위해 통의 떨림현상을 최대의 적으로 간주해 통의 안쪽을 지지대로 받치거나(아마티 오마주는 안쪽에 쇠조각을 댄다), 대리석 등을 덧붙이기도 한다. 때문에 두랄루민의 사용은 자연스럽다. 미적으로 쾌적하면서도 '통울림 제로'를 구현한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오디오는 최근 들어 가격대비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이제 디자인의 취약성까지 커버한다면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국산 명품 오디오들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조우석 기자

*** 바로잡습니다

12월 17일자 스포츠 섹션 S8면 '국산 명품 오디오 탄생 시간문제'기사 중 벵 앤드 오룹슨(B&O)은 네덜란드 회사가 아니라 덴마크의 오디오 회사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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