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TV 『퀴즈탐험…』진행 아나운서 손범수|"오락프로 표정관리 힘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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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KBS 제2TV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의 진행을 맡고있는 손범수 아나운서(28)는 이 퀴즈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좀「뻔뻔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같은 방송의 인기프로『열전, 달리는 일요일』의 진행자로 더 잘 알려진 손씨는 지난 봄철 프로그램개편 때 이 퀴즈프로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달 남짓 지나 곰곰이 따져보니 이 프로를 제대로 이끌어가려면 좀「뻔뻔스럽게」는 보일 망정 보다 당당한 진행태도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오락프로의 MC가 쭈뼛쭈뼛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시청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 동안 제 표정이 딱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튜디오 내 녹화방송이다 보니 정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탓이죠. 혼자 떠든다는 것이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손씨의 본래 이미지는 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열전, 달리는 일요일』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달함이 오히려 그에게는 더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그래서 이 퀴즈프로 초반의 시행착오를 딛고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결심 끝에 방향전환을 꾀하게 됐다는 얘기다.
『아나운서는 결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하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만의 개성 있는 진행을 할 줄 안다면 더욱 좋겠죠.』
손씨는 주어진 뉴스원고를 그냥 읽어 내려가는 아나운서가 되길 원치 않는다.『적당히 앵무새 흉내나 내고 있어서야 자격 있는 아나운서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신 아나운서의 전문화 추세를 감안, 오락프로의 전문 MC로크겠다는 것이 그의 1차적 희망이다. 그걸 거쳐 대담쇼의 중후한 진행자로 안착하고 싶단다.
입사이후 『아나운서는 좋은 구변으로 진행만 잘하면 그만 아니냐』는 생각을 가져왔다는 손씨는『그러나 요즘 와서 그게 아니란걸 깨닫게 됐다』면서 나름의 고충을 설명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단정한 매무새와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요즘 와서 부쩍「모양내기」에 열을 올리는 일 못지 않게 그가 신경 쓰는게 있다.
『책을 많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프로 진행 중 상황을 묘사하거나 인터뷰 때 무척 필요하기 때문이죠.』 손씨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90년초 KBS 공채 17기로 입사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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