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괴산군수의 '괴상한 해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술을 많이 마신 직원에게 공로패를 수여해 논란을 빚은 충북 괴산군 임각수(59.사진) 군수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많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느라 애쓴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공로패를 주게 됐다"고 밝혔다. 임 군수는 1일 괴산 지역에서 술을 많이 마신 직원 3명에게 "화합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노력한 공이 크다"며 공로패를 주었다.

그러나 공로패를 받은 3명 중 A씨는 2005년 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돼 징계(견책)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은 임 군수와 일문일답.

-술을 많이 마신 직원을 표창한 이유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많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노고가 컸다. 그런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활력소가 필요했다. 마침 이번에 공로패를 받은 과장급 직원은 30여 년 간 공직 생활 중에 변변한 상 한번 받지 못한 것을 알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술을 마신 공무원을 표창하는 게 주민 정서와는 어긋나지 않은가.

"술을 많이 마신 공직자를 표창하기에 앞서 직원 화합을 먼저 생각했다."

-공로패 수상자 가운데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직원도 있다.

"공로패 대상 심사 과정에서 과거 음주 경력을 따진 게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을 많이 먹건 적게 먹건 음주 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

괴산군 관계자는 "이번 '음주문화상'은 직원들로부터 20여 명을 추천받은 뒤 이들의 공적을 계량화하기 힘들어 공적심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직원 여론을 감안해 수상자를 결정했기 때문에 A씨의 음주운전 경력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술을 마시고 업무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되는데.

"물론이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번에 공로패를 받은 공직자는 직장 내에서 술도 잘 마시지만 업무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직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은 "술을 많이 마시고 업무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 공로패 수여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땠나.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는 군수실에 찾아와 '이렇게 멋진 군수는 처음 봤다'. '인간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임 군수는 괴산 출신으로 국민대 행정학과를 나와 농림부 7급 공채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경제기획원.행정자치부(서기관) 등에서 일하다 2005년 12월 퇴직했다. 지난해 5월 무소속으로 출마, 군수에 당선됐다.

괴산=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