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키크기 ~ 핫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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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다. 자녀가 무럭무럭 잘 자라 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고가의 성장호르몬 주사, 초경 늦추는 약 등이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정작 성장비결은 평범하다. 아이는 밖에서 뛰거나 걷거나 움직이면서 성장한다. 특히 다리를 활발하게 움직이고,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폴짝 뛰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성장판이 자극된다. 걷기·달리기·고무줄 놀이·인라인 스케이팅·농구 등을 키 크는 운동으로 치는 것은 이래서다. 5월은 성장의 기운이 왕성한 계절. 바깥 나들이를 통해 자녀가 성장의 기운을 충분히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자.

무릎 관절에 체중 싣는 운동을

성장판은 우리 몸의 뼈 중에서 관절과 직접 연결된 긴 뼈의 끝부분에 있다. 성장판은 팔.다리.손가락.발가락.손목.어깨 등에 있지만 무릎에 있는 성장판이 가장 활발하게 자란다. 따라서 키가 큰 아이는 무릎의 성장판이 자극받아 잘 자란 어린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 마디병원 김승호(정형외과)원장은 "줄넘기.콩콩 뛰기.달리기.걷기.점프.고무줄 놀이 등 무릎 관절에 체중이 실리는 운동이 무릎 성장판을 가장 잘 자극한다"고 소개했다. 수영.자전거 등은 무릎에 하중이 비교적 덜 실려 성장판 자극이 약하다는 것. 그렇다고 수영.자전거 등이 어린이에게 불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은 아니다. 성인의 경우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운동 중 한 가지만 계속하면 탈이 나기 쉽다. 마찬가지로 어린이 운동도 '편식'은 곤란하다. 1주일에 체중이 실리는 운동 2~3일, 체중이 실리지 않는 운동 2~3일 식으로 운동 계획을 짜주는 것이 맞다.

몸은 부드럽게, 좌우 균형을 맞춰야

대경대 생활체육과 김권섭 교수는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하고, 좌우 균형이 잘 맞는 운동이 어린이 성장에 유효하다"며 "몸을 부드럽게 하는 운동으론 스트레칭.농구의 점프 동작, 좌우 균형이 잘 맞는 운동으론 걷기.뛰기.고무줄 놀이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칭은 땅바닥에서, 점프 등 폴짝 뛰기는 공중에서 발목.무릎 등을 펴주는 동작이다. 운동 전후에 준비운동.마무리 운동을 반드시 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몸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게을리하면 근육이 굳어져 몸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좌우 균형이 잘 맞는 운동이 키 성장에 이로운 것은 햇볕을 앞뒤로 골고루 받은 나무가 잘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령 오른발잡이 어린이가 태권도를 할 때는 왼발차기, 축구를 할 때는 왼발슛을 익히는 것이 성장에 유익하다는 것.

너무 많이 뛰면 부상 우려… 짧게 자주

성인은 30분~1시간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빨리 오며 근육이 아직 덜 발달된 상태여서 성인 기준에 맞춰 운동하는 것은 무리다. 운동량이 지나치면 부상.손상을 입기 쉽다. 단 회복력은 성인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어린이는 한번에 5분 이내로 운동하는 것이 적당하다. 휴식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 하루 1~3회 운동하면 문제가 없다.

계명대 의대 김대현(가정의학과) 교수는 "어린이의 운동 강도는 호흡이 약간 거칠어질 정도면 알맞다"며 "걷기 운동을 한다면 시속 5㎞ 이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높은 데서 뛰기, 역기 들기는 피해야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행동은 성장판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역기 등 무게를 올려야 하는 중량 운동을 초.중학생 때 시작하는 것도 무리다. 고교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 성장판이 다칠 수 있어서다. 등산은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오르막을 오를 때 무릎 성장판에 자극을 준다. 허리도 강하게 하고, 척추를 바로 세워 바른 자세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건국대 스포츠과학부 차광석 교수는 "등반 코스가 너무 험한 산행은 초등학생에게 추천하지 않는다"며 "완만한 산이나 러닝머신 등 경사면이 일정한 코스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함소아 한의원 최혁용 원장은 "팔.다리의 움직임이 많은 인라인스케이트는 균형감각을 키워주고 성장판을 자극한다"며 그러나 잘못 넘어지면 골절 등으로 성장판이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헬멧, 팔꿈치와 무릎 보호대, 자기 발에 맞는 스케이트를 착용하고 초보자라면 안전수칙과 기초 교육을 받는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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