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생님(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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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성인남성들에게 「첫사랑이 누구였느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지면 「국민학교 시절의 여선생님이었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일종일 수도 있겠으나 국민학교 때 여선생님에게 배워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여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이 학교공부 이상의 어떤 것일 수도 있음을 느낄 것이다.
남학생들의 여선생님에 대한 감정은 그런점에서 여학생들의 남자 선생님에 대한 감정과는 유형이 좀 다르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여학생들이 남자 선생님에게 연정을 품어 말썽을 일으키는 예가 간혹 있지만 남학생들의 여선생님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연정을 넘어서 어머니나 누나에 대한 것일 수도,고향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해방직후 신파극을 영화로 만든 『검사와 여선생』은 아직도 50대 이상의 올드팬들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민학교 때 여선생님으로부터 물심양면의 도움과 여러모로 영향을 받았던 제자가 검사로 출세해 죄를 짓고 법정에 선 여선생님과 맞부닥뜨린다는 얘기다.
여선생님은 학생들의 정서순화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성격이 비뚤어졌거나,탈선하기 쉬운 학생들을 바로잡는데는 여선생님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남학생들이 계속 여선생님에게만 배우게 되면 내성적이고 여성적인 성격으로 고착될 우려가 크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게 보면 조화같은 것이 필요할는지도 모른다. 즉 난폭하거나 지나치게 외향적인 성격의 남학생들을 여선생님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국민학교의 경우 남자 선생님보다는 아무래도 여선생님쪽의 장점이 크다고 봐야겠지만 절대다수가 여선생님으로 채워졌을 때 생기는 문제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국민학교 여선생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한다. 최근의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여선생님은 72.3%에 이르고 있으며,전국적으로도 절반을 넘어선 51.4%에 달한다는 것이다. 여선생님의 증가추세는 대도시일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니 도시와 시골어린이들의 성격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는지도 모른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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