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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이해찬·한명숙·김혁규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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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범여권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하지만 '정운찬 변수'가 사라진 뒤 정파별 손익계산서는 미묘하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파의 입지 확대=정 전 총장과 고건 전 총리의 중도하차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치권 바깥 출신으로 지지세력 확보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게 첫 번째다. 다른 하나는 노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언급한 인사란 점이다.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의 기용은) 실패한 인사" "경제학 공부했다고 경제를 잘하는 건 아니다"고 했었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1일 "노 대통령의 정국 진단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의 낙마를 계기로 대선 구도와 경쟁력 있는 후보감에 대한 노 대통령의 판단에 동의한다는 뉘앙스였다.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31.1%로 뛰어올랐다. 친노파에 속하는 한 의원은 "범여권 인사들을 통틀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며 "노 대통령을 비판만 하다간 대선에서 이길 수 없음을 한나라당과 범여권이 깨닫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친노파의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은 "평화개혁.민주복지 등 원칙을 지켜가다 보면 대선 과정과 시스템을 통해 (범여권) 후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조만간 미국을 방문하는 이해찬 전 총리, 대권 도전을 선언할 한명숙 전 총리, 남북 경협 방안 협의차 2일 방북하는 김혁규 의원 등의 행보가 주목받는다.

외부 주자들의 '허약함'이 드러나면서 당내 주자인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등도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 최대 피해자는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열린우리당을 뛰쳐나간 통합신당모임은 정 전 총장 영입에 골몰해 왔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격인 신당모임 측은 독자 신당 창당 문제를 놓고 내분 양상을 표출했다. 양형일 대변인은 이날 "7일 서울 잠실 역도경기장에서 창당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병헌.이강래 의원 등 6~7명은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천정배 의원이 주축인 민생정치모임은 김근태 전 의장 계보인 '민평련', 시민사회 세력을 아우르는 3자 연대를 추진할 작정이다.

◆ 속사정 복잡해진 민주당=민주당에선 '민주당 중심 통합론'을 강조해온 박상천 대표 측과 '제3지대 신당론'에 무게를 싣는 원내 의원들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표 측은 정 전 총장의 불출마에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앞으로 열린우리당을 나와 갈 곳이 없어진 의원들을 적극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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