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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조연 ‘식스맨 ’ 주연보다 빛날 수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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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17면

올 시즌 미 프로농구(NBA)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홈구장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대개의 NBA 구장에서 그렇듯 홈경기가 열릴 때 선발 라인업은 어두운 조명 아래 화려한 폭죽이 터지면서 소개된다.

주전 다섯 명이 호명될 때, 가드 제리 스택하우스(사진)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코트로 나서는 선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조명이 켜지면 그는 연습복을 걸친 채 묵묵히 벤치로 향한다.

올해 나이 만 32세. 노쇠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2000~01시즌 리그 득점 2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스택하우스는 더 이상 팀의 스타가 아니다. 제이슨 테리ㆍ조시 하워드ㆍ더크 노비츠키 등 올스타급 선발진을 자랑하는 매버릭스에서 스택하우스는 ‘식스맨’이다.

NBA는 1982~83시즌부터 ‘올해의 식스맨’을 시상해왔다. 선발 다섯 명을 제외한 벤치 멤버 중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한 시즌 선발로 나선 경기 수보다 벤치에서 교체 투입된 경기 수가 더 많은 선수에게 수상 자격이 있다.

초창기에는 나중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보스턴 셀틱스의 케빈 맥해일과 빌 월튼 같은 쟁쟁한 선수들이 수상했다. 89년 수상자 에디 존슨(피닉스 선스)과 이듬해 최고 식스맨 리키 피어스(밀워키 벅스)는 평균 20득점 이상을 올리며 주전 못지않은 활약을 보였고, 피어스는 팀 내 득점 1위를 차지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식스맨의 명성은 빛이 바랬다. 주전급 벤치 멤버들이 아닌, 말 그대로 후보 선수들 간의 경쟁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후보들의 반란이 다시 시작됐다. 리그 승률 최상위 세 팀 모두 뛰어난 식스맨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댈러스에 이어 리그 성적 2위를 달리고 있는 피닉스의 식스맨은 가드 레안드로 발보사. 브라질 태생의 발보사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스피드를 자랑하고, 3점슛 성공 수와 성공률에서 모두 리그 톱10에 랭크되어 있다. 종종 깜짝 선발로도 기용되며 올 시즌 생애 최고인 평균 17.5점(29일 현재)을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강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벤치에서는 가드 마누 지노빌리가 빛을 발한다. 지노빌리는 시즌 초반에는 주전으로 출전했지만, 팀 컬러에 변화를 주려던 감독 그레그 포포비치는 1월 말부터 매 경기 지노빌리를 교체요원으로 투입하고 있다.

지노빌리의 올 평균 득점은 16.7점. 하지만 벤치 멤버로 나선 25경기에서는 평균 17.4 득점을 올리고 있다.

올해 전까지 다섯 시즌에 경기당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했던 스택하우스. 그는 기왕이면 선발로 나서고 싶다며, 자신에게 식스맨 상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스택하우스가 식스맨 상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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