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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이런 직업 저런 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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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청능사 소리를 찾아드립니다

한국 지멘스 보청기 사업부의 차오상(29.사진) 대리는 '청능사(聽能士)'다. 청능사는 청각 검사부터 보청기 선택, 청각 재활까지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잘 들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오디올로지스트(Audiologist)'라고도 불린다. 그는 "사람마다 '맞춤 소리'를 찾아 준다는 점에서 새롭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했다.

차 대리는 2002년 미국 어학연수를 갔다가 언어병리학과 청각학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현지 언론에서 청능사가 향후 전망이 밝은 전문직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귀국한 뒤 국내 첫 청각학과를 만든 한림대 대학원에 진학해 청능사 준비를 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청능사와 관련된 국가 공인 자격증 제도가 없다. 한국청각협회에서 주관하는 '청능사' 시험에 합격하고 20시간의 수련 교육을 마친 뒤 '민간 자격증'을 받으면 활동할 수 있다. 청능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협회가 인정하는 국내외 대학에서 청각학 학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거나 협회의 특례 규정이 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청능사가 많이 진출하는 분야는 대학병원의 청력검사실과 난청센터, 청각장애학교, 보청기 등 청각 보조기구 회사, 복지관, 개인난청센터, 개인 이비인후과 등이다. 연봉은 병원.기업에 따라 제각각이다. 차 대리는 "반복적인 업무가 비교적 많은 병원보다 기업에서 일하는 게 좀 더 역동적인 것 같다"며 "취업은 잘 되는 편이지만 사회적으로 낯선 직업이고 아직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고 했다.

자격증을 따고 2004년 한국 지멘스에 입사한 그는 주로 상담 업무를 한다. 난청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적당한 보청기를 추천하고 주기적으로 사후 관리해 주는 일이다. 그는 "노인성 난청을 포함해 대부분의 난청은 적당한 보청기를 착용하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차 대리는 "보청기는 사람마다 주파수 대역별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정밀한 청각 검사를 거친 뒤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서경호 기자

GO 재미를 찾아드립니다

이현주(34.영어명 제니.사진)씨는 클럽메드 6년차 GO(Gentle Organizer)다. GO는 전 세계 100여 곳의 클럽메드 휴양 시설인 빌리지에서 휴양객을 돕는 상주 직원을 가리킨다. 낮에는 스포츠 강의, 요리, 기념품 판매, 바텐더, 리셉션 등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일하고, 밤에는 각종 쇼를 한다.

2002년 GO가 된 이씨는 5년간 발리.푸켓.체러팅 등 아시아 클럽메드에서 일하다 지난달 잠시 귀국했다. GO 사이에 인기 높은 멕시코 칸쿤 빌리지로 가게 됐기 때문이다. 칸쿤에서 일하는 아시안 GO는 그가 처음이다. 글로벌 핵심 GO로 선정되는 등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클럽메드에서 이씨는 주로 리셉션을 맡았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한국인이 '빌리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리셉션을 담당하게 된 것은 그의 뛰어난 영어 실력 덕분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많은 계명대 미국학과를 졸업한 데다 대학 시절 영어 동아리 회장과 미국인 교환교수의 조교를 맡아 영어 실력을 키웠다. GO가 되기 전 서울 무역전시장에서 홍보를 담당하며 사람들을 응대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씨는 서비스 마인드와 국제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직업으로서 GO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GO 경력을 쌓고 호텔.리조트나 외국계 기업, 이벤트 회사 등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아직 싱글인 이씨의 꿈은 한국인 최초의 '촌장 (村長)'이다. 촌장은 클럽메드 빌리지의 최고직이다.

GO는 20대가 많다. 최근 한국인 GO를 선발할 때도 만 21~28세의 미혼 남녀를 선발했다. 이 일은 체력적으로 힘들다. 오전 8시 전후에 일어나 다음날 오전 1~2시쯤 잠자리에 든다. 업무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지만 대부분 고객과 함께 보낸다. 매주 하루 쉬고, 6개월마다 일주일 휴가를 갈 수 있다. 이씨는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용기 있게 배울 자세가 돼 있는 사람에게 잘 맞는 직업"이라고 했다. 연봉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생활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는 "돈보다 경험을 선택했다"고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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