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틀니’ 공식이 깨진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호 14면

류인철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장(왼쪽)이 임플란트 시술이 무섭다는 김진동씨에게 완치 환자의 X-레이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7년이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진동(40)씨는 7년 동안을 왼쪽 턱으로만 음식을 씹어왔다. 오른쪽 위 어금니가 빠졌지만 그 자리에 임플란트를 하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꿋꿋이 버텼다.

100세 청년을 꿈꾼다 ⑦ 임플란트 ‘노인=틀니’ 공식이 깨진다

잇몸에 구멍을 뚫어 금속기둥을 치아 뿌리 대신 박아넣고 거기에 인공치아를 연결한다니…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한쪽 턱만 사용하자니 답답하고 얼굴도 점점 비뚤어지는 것 같았지만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번번이 결심을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봄 임플란트를 했던 두 친구가 “하나도 안 아프다. 하고 나니 너무 좋다”며 권유했다. “아빠는 왜 치과 안 가?”라고 묻는 둘째아들 대환(8)이 보기도 부끄러웠다. “멀쩡하던 앞니가 자꾸 벌어져요” 하고 아내 역시 닦달했다. 결국 김씨는 26일 서울대 치과병원을 찾았다.

“아직 제 나이 마흔인데,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많습니까. 무조건 제일 좋은 걸로 할 겁니다.”

1995년부터 임플란트를 시술해온 류인철 치주과장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김씨와 마흔 살 동갑내기인 여성도 임플란트를 다섯 개나 했다”고 X선 사진을 보여주며 그의 용기를 북돋웠다. 그런데….

“치아가 빠진 지 너무 오래돼서 이가 옆으로 누워버렸네요. 임플란트를 할 공간이 없습니다.”

검사를 마친 류 과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7년은 너무 긴 세월이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왔던 김씨는 씁쓸한 얼굴로 돌아섰다. “잇몸 치료를 하면 오른쪽으로도 씹을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치아 건강 챙기기, 40대부터 해도 늦다.

임플란트, 그것이 알고 싶다
김진동씨가 걱정했던 것처럼 임플란트는 정말 통증이 심할까? “단순한 시술은 사랑니 뽑는 것보다도 간단하다”고 류 과장은 말한다. 임플란트를 할 때 느끼는 통증은 신경치료를 하거나 이를 뽑는 것과 비슷한 정도다.

일반적인 임플란트 시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잇몸을 절개해 인공 치아뿌리(금속 기둥)를 박는 수술을 한다. 이때 마취를 포함해 1~2시간 정도 걸린다.

개인차가 있지만 금속기둥이 잇몸 뼈에 자리를 잘 잡을 때까지 아랫니 쪽은 3개월, 뼈가 무른 윗니 쪽은 6개월이 걸린다. 인공 치아뿌리가 안정되면 위에 인공치아를 붙이는데, 이 기간이 또 4~5개월 정도 걸린다. 몇 개를 하든 걸리는 기간은 비슷하다. 비용은 개당 200만~400만원 선. 병원ㆍ의료진, 국산ㆍ수입품 등 재료에 따라 가격 차가 난다.

임플란트 종류는 크게 인공치아와 금속 기둥을 나사로 연결하는 방식과 시멘트로 붙이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나사 방식의 경우 치아 표면에 금속 기둥을 박은 자국이 보여서 보기가 싫고, 기둥과 치아 사이의 미세한 틈에 음식물이 낀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인공치아가 깨지거나 했을 경우 쉽게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멘트 방식의 경우 일반 치아랑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공치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뜯어내기가 쉽지 않다. 가격은 시멘트 방식 쪽이 조금 더 저렴하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라고 하더라도 ‘수술’이기 때문에 당뇨ㆍ심장병 등의 질환이 있으면 시술 전 내과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매일 아스피린을 먹는 사람은 적어도 시술 사흘 전에는 끊어야 심한 출혈을 막을 수 있다.

잇몸 뼈의 두께가 금속 기둥을 깊이 박을 만큼 안 될 경우는 턱뼈ㆍ엉치뼈 등을 이용해 인공 잇몸 뼈를 이식한다. 이식하고 4~6개월 뒤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다. 수술비는 100만~200만원 선. 복잡한 수술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류 과장은 “서울대병원의 경우, 어금니 쪽 임플란트 환자의 70% 정도가 뼈 이식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시술 뒤엔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한다. 인공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기 쉽기 때문에 임플란트 치아용의 굵은 치실(수퍼 플러스)이나 치간 칫솔, 워터픽 등을 꼭 사용한다.
임플란트의 장점은 주변 치아가 상하지 않고, 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또 자연 치아와 비슷해 틀니보다 씹는 기능이 좋다. 류 과장은 “틀니를 하면 늙었다고 상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플란트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