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ool 한마디]“공부하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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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15면

천둥벌거숭이 네 남자와 우리말 여선생이라는 기본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하오체’로 포장된 애드리브 대결 속에 여선생의 존재가 깜빡 잊히는 것도. 그녀가 선생의 위치를 회복하는 건 빨간 깔때기로 학생의 머리통을 내려치며 “공부하세요”라고 외칠 때뿐. 학생들의 뒷얘기에 여선생이 초대되는 건 “이토록 예쁜 선생님도 용변을 보세요?”라는 유(類)의 질문 때뿐이다. 이 구도 속에선 연예인이 일반인이고, 아나운서가 별종이다.

KBS-2TV ‘상상플러스-올드앤뉴’가 3대 안방마님을 맞았다. 애초 연예 토크쇼에 딸린 사이드메뉴로 출범했다가 방영시간 전체를 점령하게 된 히트 코너다. 초대공신이 ‘얼음공주’ 노현정 전 아나운서. 출연진의 입담을 통제하지 못해 쩔쩔매면서도 자신의 ‘별종’ 위상을 안간힘을 다해 지키던 모습이 실습 나온 교생과 다름없었다. 골려먹는 재미 속에서도 우리말 공부 땐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 관계. 시청자가 네 남자와 교감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2대 마님 백승주 아나운서는 그 자체로 위엄 있고 우아했다. 빈틈없는 발음으로 우리말 읽기 시범을 보이자 갑자기 예능프로가 교양프로가 됐다. 시청자는 학창 시절 국어시간으로 호출당해 “공부하세요”란 꾸중을 함께 들었다. 확인됐다. 우리가 원한 건 공부하는 척하면서 노는 거란 사실. 눈부신 봄날, 선생님의 첫사랑 얘기를 듣는 수업처럼.

다시 바통을 이어받은 2년차 최송현 아나운서는 “리틀 노현정에 갇힐까 부담된다”고 했다. 아직은 시골학교로 전학 온 서울 여학생 같은 그녀가 “공부하세요”에 어떤 색깔을 입힐지. 거기에 시청률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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