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젊은 피’ 김승연·최태원 회장 1순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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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10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노조나 만들어 가지고…. 위원장이나 할까 합니다.”

차세대 전경련 누가 이끌까 #이들의 경영능력·추진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일부 총수는 “전경련 회장직을 검토해 보라”고 회사 관계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3년 만에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농담조였지만 대기업 회장이 한 말치고는 파격적인 이 발언은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기존의 전경련 회장단으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으니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평소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화그룹은 ‘연배가 아직 어려 회장에 나설 수도 없고 생각도 없다는 뜻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 회장의 말 한마디에 이처럼 관심이 쏠린 것은 그가 가장 유력한 차세대 전경련 회장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재계 10위인 한화그룹을 26년간 경영해 왔다. 경영 능력과 추진력이 충분히 검증된 상태다. 그는 최근 회장 선임을 둘러싼 전경련 회장단 내 갈등이 증폭되면서 차세대가 아닌 차기 주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본인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했다. 20년의 나이 차이를 단번에 건너뛰며 70대 중반인 강신호 회장에게서 바통을 물려받기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마침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세대교체론에 대한 회장단 내의 반발도 거세졌다. 김 회장은 차기 회장 이슈가 불거진 1월 말 동남아로 출장을 떠났다. 평소와 달리 전경련 회의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류진(49) 풍산그룹 회장도 떠오르는 차세대 주자다. 류 회장은 2001년 전경련 부회장이 된 뒤 회장단 회의에 거의 빠지지 않고 있다. 21명인 회장단 가운데 5명만이 참석했던 지난달 27일 총회에 환갑이 안 된 총수 중 유일하게 그가 참석했다.

원로 중심으로 구성된 차기 회장 후보 추대위원회에도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소장파 중에서도 나이가 적어 당장 거론되지는 않지만 회장감으로 충분하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입이 무겁고 나이를 중시하면서도 1년 중 8개월을 해외출장으로 보낼 만큼 국제적인 감각이 있다. 국내에 경쟁 그룹이 없는 동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업종이 겹치는 다른 그룹의 견제 가능성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는 전경련 회장 선출에 대해선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며 일절 나서지 않았다. 평소 회의 때도 말을 삼간다. 지난해 무역협회 회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나이나 능력이 뛰어난 분이 많은데 내가 나서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사양했다.

최태원(47) SK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전경련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손꼽힌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륜이 부족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해소될 문제다. 지난해 그룹 핵심 관계자에게 ‘전경련 회장 직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 회장은 최근 ‘나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8일 뉴욕 방문 길에서 특파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자 “(거론되고 있는) 젊은 회장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도 세 사람의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은 왜일까. 창업주가 회장을 맡아온 전경련의 관행이 지속되기 어려워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 70대인 창업자들이 은퇴하면 60세 이하인 젊은 세대가 회장을 맡을 수밖에 없다.

2세 총수의 맏형 격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60대이지만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 중 ‘젊은 피’인 이웅열(51) 코오롱그룹 회장, 신동빈(52) 롯데그룹 부회장, 김윤(53) 삼양사 회장 등은 사세 확장 등 그룹 안팎의 현안 해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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