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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돈 2억여원 권노갑씨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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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검찰이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권노갑(사진) 전 민주당 고문에게 국가정보원과 청와대의 자금이 흘러간 단서를 포착했다는 본지 보도(12월 15일자 10면)와 관련, 국정원 측은 15일 "1998년 5월부터 2000년 9월까지 18차례에 걸쳐 2억2천여만원이 權씨에게 전달됐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돈의 용도에 대한 국정원 측의 해명은 즉각 알려지지 않아 국가 정보기관이 예산을 핵심 정치인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온 배경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 회의에서 "국정원 예산에서 10만원권 수표로 빠져나온 2억2천7백90만원이 權전고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지난 10월 검찰 조사에서 밝혔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또 "이 기간에 이종찬.임동원.천용택씨가 국정원장을 맡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洪의원은 전했다.

이에 대해 權씨의 한 측근은 "權전고문이 아들을 결혼시킬 때 국정원 쪽이 축의금을 낸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돈 수천만원도 그가 일본에 출장갈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여비에 쓰라고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이 18차례에 걸쳐 거액을 전달한 점으로 봐서 權씨 측의 '축의금'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정원이 정치적 또는 사적인 용도로 돈을 건넸을 경우 관계자에 대한 사법 처리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국정원에서 나온) 의심되는 돈이 있어 추적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면 상세히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權씨가 이 돈을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50.해외 도피)씨에게 맡겼던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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