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더비 경매 흔드는 ‘大陸의 붓’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호 14면

장샤오강 作 <핏줄: 세 명의 동무>

“불붙는 그림투자…대박행진” “미국인, 달러 싸 들고 중국미술 앞으로”. 최근 일간지 문화면을 장식한 타이틀들이다. 앞의 것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미술시장의 폭등을, 후자는 중국 현대미술의 대약진을 다룬 것이다. 나는 이 둘의 내용을 조합해 좀 더 자극적인 타이틀을 달아보았다. “중국미술, 세계자본을 삼키다!” 중국 현대미술의 약진을 설명하기 위해선 우선 세계 미술시장의 유례 없는 호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둘을 떼놓고선 설명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국제 미술계 주류로 급부상 … 현대 작가 작품도 20억원 가까이에 팔려

웨민쥔 作

우선, 전 세계 미술시장이 유례 없는 황금기를 구가하게 된 배경으로 전후 50여 년 동안 지속된 서구의 미술관 정책을 꼽을 수 있다. 미술시장의 중심이 미술관이고, 전 세계 미술관이 작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킨 주범이라고 한다면 많은 미술 전문가들도 의아해한다. 도대체 상업 영역인 미술시장과, 공적인 미술관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하지만 얘기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수십, 수백 개의 대학미술관, 개인미술관, 시립미술관, 주립미술관, 국립미술관이 있고, 이들의 연간 컬렉션 비용을 합치면 천문학적 수치가 된다. 미술관은 이러한 공공 컬렉션을 통해 미술작품의 가치와 가격을 보증한다. 미술관이 A 작가의 작품을 100원에 구입했다면 미술시장에서의 가격은 120원 정도 되는 것이다. 먼저 미술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격이 결정된 다음 미술관이 컬렉션을 통해 그 작품의 가치를 보증하는 경우도 결국 마찬가지다. 이러한 미술계 시스템에 의해 작가ㆍ화랑ㆍ미술관이 작품의 가치와 가격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개인 컬렉터는 이를 믿고 작품을 구입하게 된다. 이러한 미술관 컬렉션을 통한 작품 가치의 공적·국가적·국제적 인정과 안정을 거쳐 서구의 미술시장은 발전해 왔다. 값비싼 미술 작품을 구입할 수 없는 대중을 위해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대신 작품을 구입해 대중을 교육하려던 그 숭고한 미술관 정책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안정적인 자산 투자의 온상이자 작품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

요즘 세계 미술계의 화두 중 하나는 중국 미술작품 가격이 거품이냐 아니냐에 관한 것이다. 미술관 관계자나 컬렉터 두세 명만 모이면 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 또한 많은 질문을 받는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미술 관계자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현대미술 작품은 아직 전 세계 미술관에 많이 소장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그 가치나 가격이 국제적으로 안정되거나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나 미술관이 큰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가격이 100억원인 것은 거품이 아니지만 같은 나이 또래의 중국 대표작가 작품이 10억원만 돼도 거품이라고 아우성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와 달리 중국 현대미술은 날마다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왜 그럴까? 1989년부터 잇따라 벌어진 세계사적 변화들(천안문 사태, 동ㆍ서독 통합, 구소련 해체)을 통해 우리가 글로벌리즘이라고 부르는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심화되었고, 이러한 정치ㆍ경제적 변화는 중국 현대미술에 전혀 새로운 환경과 기회를 제공했다.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이 말한 대로 1989년 이후의 ‘전지구적 도시’들은 정치·경제·문화라는 세 개의 가장 핵심적 권력들이 가장 강력히 합치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된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통해 중국이라는 강력한 자본의 제국이 탄생했다. 또 이러한 정치ㆍ사회적 변화에 의해 죽의 장막에 가려 있던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단숨에 전 지구적 도시로 탈바꿈했다. 바로 이런 전 지구적 문화권력의 재배치에 따라 차이나 아방가르드가 국제 미술계의 주류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자본의 제국과 전 지구적 도시로서의 중국과 베이징을 거부할 수 없다면, 그리고 전 세계 미술관과 소장가들이 일거에 중국 미술품에 대한 컬렉션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중국미술은 세계자본을 삼킬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세계자본이 중국미술을 삼키든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