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예방접종 이잰 그만둘 때-노철원 < 대한의학협회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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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의료 행위인 예방접종에도 의학적인 근거와 원칙이 예외일 수 없다.
접종 적응대상 선정, 부작용과 금기가 미리 검토되어야 한다. 예방접종은 건강상대가 좋을 때에 실시해야 하며 감기·설사·발열 시에는 피해야 하고 또한 홍역·볼거리·수두 등 바이러스 질환에 걸린 지 1개월 이내나 생 백신을 맞고 1개월 이내에는 예방접종을 피해야 한다.
따라서 접종 전에 어린이의 건강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보호자가 소아과 주치의와 상담해서 진찰한 후에 접종하고,10∼15분 정도는 그 자리에서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소아과 전문의의 접종원칙이며 상식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유치원·국민학교에서의 집단 예방접종에서 감기·위장질환·기타 이병환자·특이체질 자에게까지 무작정 접종한 나머지 고열이 나서 보호자가 당황, 병원에 응급치료 차 달려온 많은 예를 우리들은 접하고있으며 그 중에는 경련까지 일으켜 위기를 넘긴 예도 간혹 보아왔다.
이는 그릇된 예방접종으로 파생된 부작용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노출되지 않은 비 의학적인, 어린이 신체에 미치는 보건상의 해독은 누가 방지해야 하며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집단 예방접종이란 개개인의 부작용이나 금기를 무시하고 소수의 희생을 무릅쓴 국가적 방역 정책에서 유래된 전시대적 의학적 편법이며 국민소득 6천 달러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현실에서는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이나 방법에도 발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의사를 불신과부정적 시각으로만 평가하고 의사를 상인으로, 의료를 상품화해서 위상과 품위를 격하하면 의사와 환자의 인간적인 신뢰와 유대의 전통적인 의료풍토가 파괴되고 우리 나라 의료복지정책 달성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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