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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성공여부가 관건 -동유럽의 민주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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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불가리아 소피아대 국제경제 및 정치학 교수 겸 불가리아 국제관계 및 외교연구소장인 에밀 민체프 교수(48)는 최근 숭실대 정책과학연구소와 대구대 동서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방한, 숭실대에서『동유럽 민주적 변화의 과정』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젤류젤레프 불가리아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민체프 교수는 민주화이후 동유럽체제변화를 연구하는 대표적 동유럽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민체프 교수의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
동유럽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승리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경제로의 이행은 아직 완성되지 않고 있다. 동유럽 민주화는 아직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
동유럽의 정치적 민주화 결과과거 유럽을 구분하는 지정학적·사회과학적인 개념 틀도 바뀌었다. 제2차 대전 종전이후 동유럽이라는 개념은 소련이 지배하는 유럽대륙의 동쪽을 상징하는 용어였으나 지금은 용어사용을 달리해야 한다.
소련이 붕괴되고 공산주의가 붕괴된 지금 과거의 동유럽은 발트 3국, 폴란드·형가리·체코슬로바키아로 이루어진 중부유럽, 불가리아·루마니아·알바니아·구 유고슬라비아연방 공화국들로 구성된 남동 유럽,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로 이루어진 동유럽으로 재 구분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경제적 낙후, 민주주의 전통 결여, 중간계급 부재, 소수민족문제, 국가들 사이의 적대감, 공산화이전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지배했던 사실 등 많은 역사적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공통점들은 현재 진행중인 이들 지역의 변화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89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의 정치·경제·사회·환경·도덕적 가치를 모두 부정하는 전면적인 체제부정이었다.
공산체제를 무너뜨린 데 성공한 이들 나라들은 이제 실질적인 문제 즉, 시장경제로 이행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의 변화과정과 지향목표는4D·3R로 요약된다.
4D는 탈 공산주의화, 탈이데올로기화, 대의제도화, 탈 소련영향 화이며 3R 는 민주주의 및시장경제개혁(Refoym)민주주의·기독교문화·민족가치부활(R-evivaI)유럽재통합(Reint-egyation)을 말한다.
그러나 개혁은 경기후퇴 인재부족, 미시경제정책과 거시정책사이의 괴리로 빚어지는 시장경제 이행의 지연, 코메콘과 구 소련경제권 해체, 걸프전 여파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들이 개혁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개혁에 대한 신념유지, 시장경제체제와 직접 이해관계를 갖는 중간계급 창출, 경기후퇴에 대한 통제, 사유화의 지속적 추진, 외국인 투자여건 조성, 정치안정 등이 필수적이다.
외부적으로는 각종 유럽 정치·경제기구 또는 조약에의 점진적 가입, 서방의 경제적 지원, 유럽공동체(EC)시장개방, 신 유럽안보체제의 구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국가들의 민주화는 시장경제로의 이행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현재까지 시장경제 이행은 가격자유화, 쿼타 제거를 통한 자유무역, 상품과 서비스 분배의 독점체계 제거를 통한 시장의 개혁에 초점이 두어져 있으며 고용 및 해고 제한 철폐를 통한 노동시장개혁, 자율적 은행제도와 금융 및 신용기구 창출 등은 아직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체제 재구성문제와 사유화 문제는 소규모 사유화와 사적부문의 발전 ,외국투자의 장려 등은 이뤄지고 있으나 대규모 사유화와 경제체제 재구성은 아직 실현되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동유럽의 개혁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단기적으로 인플레·빈곤·부패·정치불안을 안고있는 개발도상국들과 유사한 상황이 빚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혁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낙관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고 마오쩌둥(모택동)은 혁명은 마치 자전거와 같아 달리기를 멈춘다면 넘어지고 만다고 말한바 있다. 동유럽의 개혁이라는 자전거가 계속 움직이게 하려 면서 방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바츨라프 하벨 체코슬로바키아대통령은 EC·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자유민주주의국가들의 동맹체는 민주주의 수호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동맹결성을 원하는 이웃 국가들에 언제까지나 폐쇄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민주국가들이 EC에 합류하게 될 때 유럽의 분할은 종식될 것이며 유럽은 1세기를「유럽의 세기」로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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