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페마라' 再發·전이율 확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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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의 가장 큰 두려움은 재발이다. 유방절제술을 한 뒤 0기의 경우는 재발률이 5% 내외지만 1기에 이르면 15%, 2기 20~25%, 림프절에 전이가 된 3기 이상이면 60%로 껑충 뛰어오른다.

유방암의 특징은 암세포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것. 이렇게 진행이 느리니 위암이나 간암처럼 5년 동안 재발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없다. 다른 암은 5년 생존율로 치료 종결을 선언하지만 유방암의 경우 10년 생존율을 따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제 유방암 환자들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난 9일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페마라(성분명 레트로졸)'라는 유방암 치료제의 효과는 세계 암 전문의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캐나다 국립암연구소가 5천2백여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페마라 투여군이 가짜약 투여군에 비해 무려 43%나 재발률이 줄었고, 특히 다른 쪽 유방으로 전이되는 비율도 46%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에 고무된 연구팀은 원래 5년 계획했던 추적조사기간에도 불구하고 2년4개월 만에 위약군에 페마라를 투여하라는 이례적인 권고를 했다.

현재 유방암 절제술 후 재발을 막는 데 타목시펜이라는 항암제가 사용된다. 문제는 장기간 사용했을 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재발을 막기 위한 타목시펜 사용도 5년으로 제한된다.

타목시펜과 페마라는 둘 다 종양세포의 성장을 돕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작용 메커니즘은 전혀 다르다. 타목시펜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암세포 수용체와 결합되는 것을 막는다. 반면 페마라는 남성호르몬 안드로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것을 차단한다. 폐경 여성의 경우 부신에서 안드로젠이 생성돼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데 아로마타제 효소가 이를 막는다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 노정실 전문의는 "페마라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진 폐경 후 여성에게 효과적"이라며 "이들 환자에겐 타목시펜 5년 사용 후 암 재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페마라와 같은 아로마타제 차단제로 아리미덱스와 아로마신이 나와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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