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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월북작가 임화 김사량 종군문학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월북작가의 6·25종군문학2종이 최근 공개됐다『한길문학』여름호는 1953년「미국간첩」으로 몰려 처형된 임화의 마지막시집『너 어느 곳에 있느냐』를 일본에서 발굴, 전문을 해설과 함께 공개했으며 살림터 출판사는 최근 펴낸『김사량 작품집』에「종군기」4편을 함께 실었다.
6·25가 터지자 남한문인들이 종군작가 단을 결성, 문학으로 참전했듯 문예를 사회주의혁명의 주요 무기로 간주하는 북한도 종군작가 단을 결성해 전장문학을 만들어냈다.
『바다 가 보인다. 거제도가 보인다. 바로 여기가 남해바다이다. 진해만을 발아래 굽어보며 마산을 지척간에 둔 남쪽 하늘 한끝 푸른 바다 가의 서북 산700고지 위에 지금 나는 우리 군대동무들과 같이 진중에 있다./‥‥/흐늘어지게 아름다운 바다 .』
북한군과 함께 마산 앞 바다까지 내려와50년 9월17일 위 종군기『바다 가 보인다』를 마지막 작품으로 김사량은 다음달 북한군 후퇴 때 원주부근에서 낙오, 실종됐다.
39년 발표한 『빛 속에』로 일본최고권위의 아쿠다가와가 후보로까지 올랐던 김사량은 45년2월 중국 조선의용군 근거지로 탈출, 해방 후 개선한 후 고향인 평양을 근거로 문학활동을 폈다.
6·25개 전부터 종군「서울서 수원으로」「우리는 이렇게 이겼다」「낙동강 안의 전호 속에서」「바다가 보인다」등을 쓰는 등 목숨까지 바친 사회주의 문필활동에도 불구, 김사량은 연안파라는 계보로 북한문학사에서마저 소외당해오다 최근 들어서야『한목숨 다 바쳐 싸운 애국적 작가이며 그가 남긴 문학은 주체문학의 아름다운 화원에 영원한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는 도식적 극찬과 함께 복권됐다.
1951년5월 북한에서 간행된『너 어느 곳에 있느냐』에는 임화가 낙동강전선에서 북쪽 끝까지 종군하며 쓴 장시 8편을1백 쪽에 걸쳐 싣고 있다.
『아름다운 여름밤/전선으로 가는 길 역에서/우리는 간다 말조차/나눌 사이도 없이/너는 전라도로/나는 경상도로/떠나갔다/이 동안/우리들 모두의/고난한시간이 흘러/너는 남방 먼 곳에/나는 아득한 북방 끝에/천리로 또 천리로 떨어져/여기에 있다 그러나/들으라/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낙동강전선까지 내려갔다 지리산 속으로, 북쪽으로 뿔뿔이 후퇴한 북한군을 부르는 시「너 어느 곳에 있느냐」의 일부다.
시 전편에서는 곳곳에 투쟁·해방의 목소리가 섬뜩함에도 불구, 북한 문학사에서는『애처로이 전선에 간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형상을 그 팀으로써 영웅적 투쟁에 궐기한 인민들을 모욕하고 패배주의 적 감정과 투항주의 사상을 설교했다』며 배척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인 서울을 북한군이 장악했을 당시『이름 없는 골목 구비 구비에 우리 자유를 위하여 싸운/무수한 전우들의/옷깃이 스친 곳/ /어떠한 먼 미래에도 또한 영구히/서울은 우리조국의 수도이다』고 시「서울」에서 노래했던 임화는 박헌영 등 남로당과 함께 정부전복·간첩죄 등으로 처형된다.
이 시집을 분석한 평론「전쟁을 시 쓰기」(『한길문학』여름호)에서 이경훈씨(연세대강사)는
『이 시집에 자주 나타나는「고향」은 해방의 대상이거나 남한·북한의 한족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민족전체』라며 따라서 임화의 시들은『남침도 해방전쟁도 아닌「상봉」「귀향」의 한 형식으로 6·25를 바라보며 민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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