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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홈키파 만드는 그 회사 "한국 공장 세 배 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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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독일계 생활산업용품 전문업체인 헨켈코리아를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그러나 '홈키파' '홈매트' 등 살충제를 만드는 회사라고 하면 "아, 그 회사"라고 할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800억원에 종업원은 500명에 달한다. 최근 헨켈코리아는 한국 내 공장을 확장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용 방음재와 방진재 등을 생산하는 경기도 이천의 공장(대지 1만㎡)을 충북 음성으로 옮기면서 세 배 가까이 규모를 넓힐 계획이다. 최근 새 공장 부지를 매입했으며, 7월 착공해 내년 상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새미 루트피(55.사진) 헨켈코리아 사장은 24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이 한국 생산기지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헨켈코리아가 공장 확장을 결정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독일계 화학기업 바스프는 전북 군산에 있는 라이신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으며, 스웨덴에 본사를 둔 식품.음료 포장용기 업체 테트라팩도 경기도 여주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 내 생산 기지를 폐쇄하거나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사회와 한국인 근로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루트피 사장은 "강성 노조와 시위, 파업 등이 일반적으로 외국에 비치는 한국의 이미지이지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국과 한국인의 강점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며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자부심 강한 한국 근로자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한국에서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계 기업의 한국법인장들이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 상황을 본사에 전달하는 경우가 있어 본사가 정확한 판단을 못 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루트피 사장은 올해로 한국 생활 18년째를 맞았다. 헨켈이 지사를 세운 1989년 한국에 왔으며 4년 뒤인 93년부터 법인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한국에서 근무하기로 본사와 2004년에 계약했다. 루트피 사장은 "2~3년 한국에서 근무하다 다른 나라로 옮기는 법인장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겠느냐"며 "옳고 그름만 판단하려 하고 문화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영 방식은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헨켈코리아는 경기도 이천과 안산, 충북 진천 등에 5개 공장을 두고 있으며,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지나가는 유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 지사장의 역할을 본사가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는 대사(ambassador)에 비유했다. "본사가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설득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투자를 늘려 회사를 키우고 한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지요."

박현영 기자

◆헨켈코리아는=한국 진출 18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창업 첫해 10억원이던 매출은 1800억원(2006년)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홍성화학(99년), 럭키실리콘(2003년), 크로락스 살충제 사업부 일부(2004년)를 인수했다. 루트피 사장은 2010년까지 매출액 4000억원, 직원 1500명으로 회사를 키울 계획이다. 그는 94년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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