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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시위 13개 도시로 확산/파국으로 치닫는 유혈사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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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잠롱 방콕시내 경찰학교에 구금/왕실선 아직까지 침묵/외국기업 투자계획 잇단 보류/미 “무력사용 용납 못한다” 성명
수친다 크라프라윤 총리의 사임요구를 둘러싸고 군부와 민주세력간에 벌어진 태국 유혈사태는 전국 13개 지방으로 확산,파국을 향한 불길한 진행을 보이고 있다.
한편 19일 세계 각국이 태국 집권군부의 무력진압에 한결같이 비난의 성명과 함께 각종 제재조치의 발동을 발표하는 동시에 자국민들에게 태국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태국관영 언론은 19일 처음으로 이번 사태 인명피해에 공식 언급,16명이 죽고 4백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
그러나 실제 희생자는 20일 오전 현재 1백명이 훨씬 넘고 부상자도 최소한 1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3천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보도됐다.
최고 8만명으로 추산된 시위대는 19일 오후 방콕 소재 명문 람캄행대에 집결,수친다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중무장한 군은 집회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이들의 가두진출 등에 대비했으나 이렇다할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친다총리는 19일 반정부 데모를 분쇄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시위주동자들이 공산정권 수립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
피곤해 보이면서도 결의에 찬 표정의 수친다총리는 이날 TV에 출연,자신은 시위대의 압력에 굴해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오늘밤 시위대가 집단행동을 기도할 경우 군경은 비상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경고했다.
○지지자 잠롱자택 집결
○…18일 오후 시위현장에서 무장군인들에 의해 연행된 잠롱 스리무앙 팔랑탐당 당수는 연행이후 방콕시내의 경찰학교 구내에 감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롱당수가 체포된 이후 그의 행방에 대해 많은 태국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었으나 언론이 철저하게 통제돼 있어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한편 잠롱당수의 부인까지 연행된 상태에서 시내 주택지에 자리한 잠롱자택에는 그의 친지와 지지자들이 집결,만약의 사태에 대비.
○…잠롱 당수와 함께 반정부시위를 주도해온 국군총사령관출신의 차왈리트 용차이유트 신희망당 당수는 18일에 이어 19일에도 수친다총리로부터 인신공격성 비판을 받아 그의 체포가 임박했다는 추측이 무성.
수친다총리는 이날 차왈리트당수를 지칭,『한 군사지도자가 태국 민주체제를 전복시키려고 기도한 20년전의 공산주의운동에 연루돼 있다』고 과거를 들춰가며 그를 맹비난.
○…태국 정정의 악화에도 불구,태국 왕실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공식입장표명은 물론 가시적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정치에 초연하다기보다 무책임한 입장을 재확인.
정치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왕실관계자가 정부측과 계속 접촉중이나 그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오가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
○상당한 경제타격 예상
○…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취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을 추진해온 태국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
고이치 가토 일 정부대변인은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해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일본 정부의 경제적 제재조치가 있을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
한국 상공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19일 『태국정정의 불안이 양국간 교역과 한국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기 투자계획이라 하더라도 보류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
○…평소 활기를 띠었던 주식시장도 완전히 파장으로 돌아 이날 방콕증권거래소는 몇명만이 나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사태추이에 관해 의견을 교환.
태국주가지수인 SET지수는 이날 6백67.84를 기록,지난주말보다 무려 65.05포인트가 떨어졌는데,이는 작년 3월 쿠데타발생이후 최저치.
○…유럽 관광회사들은 이번 사태로 동남아 관광천국 태국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앞으로 관광객 유치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전체 영국인 5만명중 절반을 유치한 영국 쿠오니사는 방콕으로 가는 모든 스케줄을 당분간 중지했으며,이번 주에 태국으로 가기로 된 2백명은 예약취소와 함께 예약금 환불 또는 행선지 변경을 권유하고 있다.
○호텔도 예약취소사태
○…군의 발포로 전쟁터가 되다시피한 방콕에 소재한 호텔들은 예약 취소사태를 맞고 있다고.
최근 외국관광객의 증가로 붐을 이루었던 팟퐁환락가도 외국인의 발길이 뚝 끊김에 따라 18일 오후부터 완전 철시.
○…방콕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재 방콕을 방문중인 7백여명의 한국 관광객들에게 조속히 귀국할 것을 종용.
방콕주재 한국대사관은 반정부 데모가 일부 불순자들에 의해 폭동화하면서 외국인을 상대로 약탈하거나 테러를 가할지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태국을 여행중인 관광객들이 귀국 또는 신변의 위험이 없는 인접국으로 최대한 빨리 철수토록 관련 여행사들에 긴급 지시.
○미 성명 태 총리에 전달
○…마거릿 터트 와일러 미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태국의 오랜 우방으로 정부와 반대세력에 제기된 문제해결을 위해 무력이 사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은 메시지를 방콕주재 미 대사관관리를 통해 수친다총리와 태국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답변.
한편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코브라 골드 92」로 명명된 미군과 태국군의 합동군사훈련에 미군참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하고 참가예정군 병력이 조속히 태국을 떠나도록 촉구했다.
○…유럽공동체(EC)는 19일 태국의 유혈사태와 관련,『태국에서의 사태발전을 주시하고 있지만 태국과의 관계를 중단할 즉각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국은 군의 무차별 발포로 빚어진 태국의 유혈사태와 관련,태국정부와 군에 대해 최대한의 자제와 함께 더이상의 사상자를 막기위한 가능한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
영국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영국정부는 방콕의 폭력사태와 사상자 발생 및 시위군중들에 대한 군의 무력사용에 대해 계속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편 런던에 본부를 둔 인터내셔널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이날 회원국에 대해 태국 야당지도자 잠롱 스리무앙이 체포된데 대해 관련당국에 탄원 및 항의서한과 팩스 등을 보내는 「긴급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방콕=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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