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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독자출마」 짜여진 수순/이종찬씨 「거부」속셈과 향후거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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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선서 누가 이길지 해보자” 출사표 던진셈/“대통령병” 비난 피해 쫓겨나는 형식 밟을듯
민자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종찬후보의 경선거부 배경과 향후 거취에 적지않은 의문과 관심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그는 과연 위장경선의 형태때문에 경선을 거부했는가,아니면 어떤 경우든 대통령선거 본선에 출마한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 길을 가기위한 수단으로 위장경선을 거부의 명분으로 축적해왔던 것인가. 민자당에서 쫓겨나는 모양을 택할 것인가,아니면 제발로 당을 떠날 것인가. 신당을 만든다면 어느 정도 동조세력이 따라붙을 것인가….
이 후보는 후보등록 초기부터 들러리경선은 거부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끊임없이 외압을 거론해 왔다. 따라서 경선거부 명분으로 위장경선을 내세운 것은 논리적 일관성을 갖추었다.
그러나 이 후보 반대편 또는 중립파들은 최대 외압이었던 박태준최고위원의 주저앉히기때에 이 후보는 왜 침묵했는가 묻고 있다. 박 최고위원의 불출마 외압 때문에 이 후보가 김영삼 반대 민정계의 단일후보로 옹립될 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자신이 가장 큰 이득을 볼 때는 외압비판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리할때만 문제 삼는 것은 동일사안에 대한 2중원칙의 적용이라는 비판이다.
이 후보측은 대의원표의 반란을 외쳤다. 승산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교육원사건과 대중집회실시,합동연설회 요구 등의 과정에서 이 후보 진영이 보인 전략이 여성체질의 대의원에게 역효과를 내 오히려 이탈자가 늘어난다는 진영내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 무렵부터 대의원 상대의 득표운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측 한 인사는 5월7,8일께부터 이 후보가 다른 생각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대중집회의 열기,일부 여론조사 결과 등이 이 후보를 크게 고무시켰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측은 물론 이 후보측 일부 인사들도 한마디로 반세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이 후보는 대중인기도에 집착하며 무게를 대중집회쪽에 옮겨갔다고 보고 있다.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데 예선에서 진다는 현실을 이 후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5월15일 전후부터 정가에는 묘한 설이 꼬리를 물었다. 즉 ▲이 후보 진영내에서 정계개편에 대한 얘기가 흘러 나왔고 ▲심지어는 김대중민주당공동대표와의 연대 또는 제휴 가능성이 야당에서 관측됐으며 ▲해당기업이 강력부인했지만 모 재벌그룹 총수가 이 후보의 이탈에 대비한 사전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 등등.
이 후보의 경선거부 선언과 동시에 이 후보 핵심측근들은 이 후보의 대통령 후보 독자출마와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처럼 흘리고 있다.
이 후보도 18일 『경선거부에 따라 정계개편에 예고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본선에서 누가 패자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해 속뜻을 숨기지 않았다. 여권핵심부는 이들 유언중 상당부분이 사실로 판명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후보가 경선거부와 함께 신당창당을 염두에 두면서도 『내가 민자당 적자』라고 자진탈당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도 고도로 계산된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되고 있다.
독자출마와 신당창당의 명분 및 일부 국민의 동정을 유발하자는 전략이라는게 보편적인 분석이다. 이 후보는 교육원사건 등 의혹을 계속 추궁할 뜻을 분명히 해 출당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의 핵심측근은 『경선거부 결정과정에서 탈당도 검토됐지만 너무 극단적인 방법인데다 과연 몇명이나 따라 나설까 하는 위험부담때문에 채택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주변의 강경론자들은 『경선을 거부한 마당에 출당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탈당하는 것이 떳떳하고 명분에도 맞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 강경론자들은 여권 핵심의 이 후보 고사작전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18일부터 바로 현실화됐다. 노태우대통령이 직접 나서 박태준최고위원 등에게 동반탈당 불응을 강력하게 설득하는등 이 후보와 동조세력의 분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이나 여권이나 모두 동반탈당자 수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본 한 여권인사는 『이 후보가 경선거부직후 곧바로 뛰쳐나가 신당 창당·대통령후보 출마 선언을 할 경우 그도 두 김씨와 마찬가지로 대통령병에 걸려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비치게 될까 우려해 쫓겨나는 형식의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따라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험악한 동거관계」가 며칠간 지속될지,어떤 형태로 나타날지가 관심사라 할 수 있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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