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창업에서 배운다…남 탓보다‘창업형 인간’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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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처음 창업 문을 두드리는 사람의 심정은 한결같다. 안 되는 쪽보다는 잘 되는 쪽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부푼 꿈과 희망, 창업을 해서 대박을 터뜨리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창업해서 잘 될 수 있는 확률과 안 될 수 있는 확률은 최소한 50대 50이다.

문제는 창업을 시작해 기대했던 만큼 수익률을 내지 못했을 때의 행동요령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줄을 서는 음식점, 소위 장사 잘 되는 음식점에 가보면 고객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

맛은 기본에다 주인의 태도, 상권 입지, 점포의 문제, 시설 경쟁력의 문제, 종업원의 눈빛 하나에도 성공업소의 포인트를 읽어낼 수 있다. 반면 장사 안 되는 음식점을 방문해 보면 이 역시 실패의 원인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주인의 입장에서 실패 원인, 매출 부진의 궁극적인 원인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창업 실패가 꼭 초보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매출 부진 음식점을 직접 현장에서 만나보면 음식점 운영 경력 10년 이상 되는 소위 음식점 운영의 베테랑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독립점 운영자뿐 아니라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예외가 아니다. 유명 브랜드 음식점의 제2 브랜드가 연타석 홈런을 치지 못하는 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부터 수많은 창업자를 만나다 보면, 대박을 터뜨리는 창업자에게는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반면 실패한 창업자들 역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11년째 창업컨설팅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창업자의 실패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자면 크게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주력 아이템 및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다

즉, 아이템 자체의 라이프 사이클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소비자 대다수가 일시에 외면해 버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창업시장에서 유행 아이템이 이에 해당된다. 한때는 상권마다 승승장구하던 창업 아이템이고 유명한 브랜드였지만, 공급 과잉 같은 시장변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다.

브랜드 자체의 생명력 한계로 매출 부진을 겪는 사례도 있다. 라이프 사이클이 성숙기를 지난 브랜드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일반 상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이렇다. 5년 전, 10년 전 스타일 그대로 운영하다 보니까 주변에 신규 경쟁 업소들이 생겨나고 자연적으로 매출이 예전만 못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경우다.

이 때문에 창업 아이템을 결정할 때는 이 아이템 및 브랜드가 지금 시작할 때인지, 그만둘 때인지, 지금 시작한다면 향후 몇 년 정도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건지잘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는 상권·입지·점포 경쟁력 저하다

예전에는 좋은 상권이었지만, 상권의 변화로 상권 세력이 급격히 반감되는 게 이에 속한다. 예를 들면 통일로변 음식점, 양수리 일대 음식점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전체적인 상권 자체의 경쟁력은 우수하나, 해당 골목의 상권 세력이 떨어져 매출 부진을 겪는 사례도 있다. 또 상권 및 입지경쟁력은 탁월하지만, 점포 자체의 경쟁력 부재로 매출 부진 및 실패를 겪게 되는 사례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창업 실패 유형 중 하나라는 얘기다.

서울 강남의 최고 상권이라고 하는 강남역 상권도 반드시 모든 점포가 호황을 누리는 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이런 이유들이 숨어 있다. 때문에 점포계약 전 반드시 전문가를 통해 매장 자체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점포계약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셋째는 제반 운영 시스템의 불안정성으로 매출부진에 빠지는 경우다

음식점의 경우 맛은 좋으나 고객 관리의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음식 맛은 좋지만 내부적인 직원 관리의 미비점으로 고객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무리한 차입자금으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만만치 않다. 또 간판, 인테리어, 익스테리어(외부 장식) 같은 시설경쟁력 부재로 인해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음식점의 상당수가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충분한 창업자금을 투자했음에도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례 또한 이에 해당한다.

넷째는 창업 주체의 경쟁력 부재로 실패하는 경우다

실패하는 당사자들은 100%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로서 객관적인 패인 분석을 하다 보면 창업 당사자 잘못이 100%인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당사자들은 실패 원인 자체를 외부적인 원인으로 귀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네 수준이 떨어져서 내 아이템이 먹히지 않는다든지, 주방장 및 직원들이 말썽을 피워 실패했다든지, 프랜차이즈 본사가 나쁜 회사라서 나도 덩달아 망했다든지 같은 이유를 댄다. 실패의 원인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점포 주인들을 만날 때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 입장에서 객관적인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면 궁극적 원인은 실패한 당사자, 즉 창업 주체의 경쟁력 미비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경쟁력이 없어 매출 부진을 겪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창업형 인간’으로 자기무장을 한 다음 창업 액션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즉, 아이템 하나, 목 좋은 점포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전선에 나섰을 때 창업 주체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를 먼저 갖춘 다음창업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창업의 기본기를 갖춘 사람이 곧 창업형 인간의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상권·입지·아이템이 운영 주체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다

또는 직접운영이 아닌 간접운영 리스크로 실패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 경우도 흔한 실패 사례 중 하나다. 모든 제반 조건이 완벽했어도 매출 부진 및 실패를 경험하는 사례도 있다. 이를테면 외부적인 악재로 인한 실패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쇠고기 전문점의 광우병 파동, 돼지고깃집의 구제역 파동, 닭·오리 관련 음식점의 AI 파동, 바다요리의 콜레라 및 비브리오 파동 등이 이러한 경우다.

실패 징후 때 행동요령

먼저 시장조사부터 해봐라

완벽한 실패를 경험하기 전, 실패의 징후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창업 주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오픈 후 3개월, 6개월, 1년 시점에 도달했는데도 원하는 매출을 올리지 못했을 때 이 행동에 따라 가게의 운명이 달라진다.

오픈 초기엔 기대했던 매출액을 웃돌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매출액이 곤두박질치고 있을 때 창업 주체로서의 행동요령은 장래 운명과 직결된다. 물론 기대했던 매출보다 20%가량 덜 달성했다면, 그 정도는 그리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최초 예상매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접했을 때의 일이다.

첫 번째 행동요령이라면 매출 부진의 원인을 스스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매출부진의 원인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는 일이다. 소비자 조사라고 하면 무슨 창업컨설팅 회사나 리서치 회사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조사를 통해 내가 운영하는 매장이 이 상권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확인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소비자 조사 방법이다. 이게 중요하다. 가장 쉬운 소비자 조사 방법은 계산을 치르고 나가는 손님 대상으로 주인이 인터뷰 설문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특성상 주인이 음식점 카운터 및 계산대에서 물어보는 대답은 지극히 일상적인 면피용 대답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가장 좋은 소비자 조사 방법은 이렇다.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지 않더라도 매장 직원을 시키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인터뷰 설문조사를 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때도 고객 대상 인터뷰의 기술이 중요하다. 예컨대 돼지고깃집을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인근 수요층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의견청취를 할 필요가 있다.

인근 상권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깃집은 어디인지, 그 집을 왜 자주 가게 되는지, 내가 운영하는 돼지고깃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맛의 문제·가격의 문제·서비스의 문제·주인과 직원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 상권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통한 객관적인 설문조사를 해보면 해당 음식점의 상권 내 위치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매출부진 음식점 대표들은 이러한 방법조차 시도해 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객관적인 소비자 조사를 마쳤다면 손님 목소리를 중심으로 내부적인 운영경쟁력 분석에 착수해야 한다. 음식점이라면 주방과 홀의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방의 문제라면 식재료, 유통의 문제, 주방 인력의 문제, 맛의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홀의 문제라면 홀 서비스, 직원 관리, 운영 주체인 주인의 문제, 홍보마케팅 같은 전체적인 매장 내부의 경쟁력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최종적인 매출부진의 원인을 도출할 수 있다.

창업 현장에는 늘 수백 가지 변수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실패의 단초가 되는 작은 변수 하나를 발견했을 때 주인으로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의 문제가 창업 초보자와 ‘선수’와의 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창업 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것이다.

창업 예정자 입장에서는 한번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환상보다는 단계별 창업을 통해 창업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김상훈 ㈜스타트컨설팅 대표 www.startOK.co. kr bizdoctor@start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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