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페로 돌풍 공화­민주 “긴장”/미 대통령 선거 중간 점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0여개주서 등록필요한 서명 모두 끝내/부시 「무시하던 태도」 바꿔 인신공격도
미 대통령 예비선거가 종반에 접어들었다. 지난 2월18일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슈퍼화요일을 거쳐 이번주 네브래스카주와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예비선거가 끝남으로써 50개주 가운데 이제 캘리포니아주 등 8개주만 예비선거를 남겨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예비선거 결과로 볼때 공화당의 경우 부시대통령이 후보지명에 필요한 전당대회대의원 과반수(1천1백5명)을 이미 넘어 나머지 주의 결과와 관계없이 지명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민주당 선두주자인 클린턴후보의 경우 현재 1천7백46명의 대의원을 확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지명에 필요한 과반수 대의원 2천1백45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백99명이 더 필요한데 나머지 주에서 과반수 대의원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공화­민주 양당의 대결은 부시­클린턴의 구도로 잡힌 셈이지만 여기에 최근 무소속출마를 선언한 억만장자 로스 페로의 바람이 의외로 거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양당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무소속이 대통령후보로 진출하기 어렵도록 만든 보이지 않는 장애물들이 많아 일정한 수 이상의 유권자 서명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어떤 주는 서명용지·서명장소 등까지 제한하고 있어 50개주의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전부에 무소속의 이름을 오르게 하는일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제도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페로가 그의 재력과 예상외의 인기로 후보등록을 무난히 마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고향인 테가스주에서는 며칠전 후보등록에 필요한 법정인원 5만4천명의 네배가 넘는 22만5천명의 서명을 받아 주선관위에 제출했다.
이밖에 메인·햄프셔·뉴저지주에서 이미 등록을 마쳤고 20여개주에서는 등록에 필요한 서명을 모두 끝냈다.
따라서 그가 이번 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돼 버렸다.
특히 16일 타임지와 CNN방송이 공동실시·발표한 여론조사결과 페로가 33% 지지획득으로,각각 28%와 24%를 얻은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후보를 앞선 것으로 집계돼 당선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실시된 워싱턴 포스트지 여론조사에서 거부반응에 대한 설문조사도 ▲부시 56% ▲클린턴 54%에 비해 페로는 17%에 불과,무난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여론조사결과는 부시,클린턴 모두에게 당혹감을 안겨주면서 양진영의 대응태세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부시진영이 폭동으로 폐허가 된 LA를 전격 방문하고 돌아온 뒤 대도시 빈곤층을 위한 특별지원책을 부랴부랴 마련하는가 하면,클린턴진영은 아예 캘리포니아주에 상주하면서 교육프로그램과 흑인저소득층 정책의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부시진영은 페로를 짐짓 무시해왔던 종래의 태도에서 돌변,인신공격까지 하고 나섰다.
페로의 전격적인 부상은 이제 한낱 해프닝의 차원을 넘어 부시,클린턴을 모두 긴장시키는 확실한 위협으로 대두됐다.
6개월 남짓 남겨둔 올해 미국대선은 그래서 더욱 큰 관심거리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