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북 금릉·충북 영동·전북 무주 "지역갈등 해소 본보기 보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삼한이래 소백산기슭 해발 1천1백76m의 삼도봉산자락에서 한마을을 이루고 살던 3도3군 주민들이 또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15일 오전 10시 무주군공설운동장에서 경북 금릉·충북 영동·전북 무주군 등 삼도삼군5백여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삼도삼군 친선화합 체육대회」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떨쳐버리고 모두가 한 형제 한 이웃임을 확인하는 축제마당이었다.
무주 안성국교생 40명이 펼치는 농악놀이, 무주군 농촌지도소 사물놀이패의 신명나는 가락이 삼도삼군주민들의 흥을 돋우고 배구·테니스·족구·게이트볼·윷놀이·줄다리기 경기가 계속됐으나 참가주민들은 승패를 떠나 상대편 응원에 열을 올렸다.
무주군후원으로 무주문화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올해가 첫 번째 대회인 셈.
89년부터 해마다 10월10일이면 「삼도삼군 만남의 행사」를 가져오던 전북무주군 설천·무풍면, 경북 금릉군 부항·대덕면, 충북 영동군 용화·상촌면 등 3개도 6개 면의 주민들은 지난해 3회 행사를 가진 뒤 1년에 하루 만나 이웃 정을 나누기엔 너무 아쉬움이 크다며 올해부터 「만남의 행사」에서 「체육대회」를 분리, 이날 처음 체육대회를 갖게 됐다.
여느 영호남 친선행사와는 달리 「삼도봉 대화합 잔치」는 89년 첫해만 군에서 주최했을 뿐 이듬해부터 군 문화원에서 주관하고 있는 것이 특징.
행사에 처음 참가하는 주민들은 서로의 풍습·말씨가 달라 괜히 어색해 하다가도 옛적 삼한시대에는 한 동네나 마찬가지로 지내왔다는 마을유래에 대한설명을 듣고는 곧바로 한 형제인듯 친숙해졌다.
이들은 두 번째로 만난 90년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한 이웃임을 다짐하기 위해 삼도봉정상에 기단 부에 세 마리의 거북이 세 마리의 용을 떠받치고 상층부엔 둥근 오석이 조각된 높이2·6m, 무게7·5t의 기념탑을 제막하기도 했다.
『체육대회는 올해 처음 열리지만 그 동안 세 차례를 만나면서 두터운 정을 쌓았습니다. 이젠 자녀들을 짝지워 동서화합의 본보기를 보여줍시다.』
대회장인 김홍기 무주군문화원장은 『지역간 갈등을 해소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경상도·전라도·충청도 주민들끼리 서로사돈을 맺으면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으며 폐회사를 대신했다.
주민들은 오후 4시30분쯤 체육대회가 끝나고 한자리에 모여 다과회를 가진 뒤 오는 10월10일 「삼도봉 만남」을 약속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무주=서형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