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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현안마다 시각차 컸다/성과없이 끝난 7차 수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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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일제보상문제 등 이견 못좁혀/사찰진전땐 일괄타결 가능성도
13∼15일 중국 북경에서 열렸던 제7차 북한­일본 국교정상화회담이 별 성과없이 끝났다. 양측은 오는 7월말 북경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회담이 실무적 협정안 작성에서 벗어나 겉돌고 있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격인 북한의 핵개발문제가 여전히 쟁점화되어 있는데다,이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시각이 사사건건 대립되는 가운데 마치 정치선전장같은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담이 교착상태에 있는 현재상황에서 일단 양측간의 이견을 정리해보는 것도 상황을 이해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우선 양국간 이견의 출발점은 제2차대전의 전후를 정리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유효성 문제다.
북한은 「항일전쟁」을 내세워 일본에 대한 독자적인 전쟁당사국으로 샌프란시스코조약의 규정을 받지않으며 법적으로 양국은 아직 전쟁상태에 있으므로 수교에 따른 배상은 「전후」로 마땅히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다음은 한일회담의 정합성문제. 일본측은 수교란 국가대 국가의 관계수립이므로 이에 따른 북한의 관할이 명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북한­일본수교에 의한 한반도내 2개국가인정을 「우회」하기 위해 통일이 될때까지 이 문제를 유보할 것을 주장하면서 북한­일본 관계수립을 한일회담의 연장선에 두는 것에 반대한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규정된 한일협정을 우회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을 안고있다.
이같은 양국간의 회담에 임하는 자세의 차이 뿐 아니라 북한­일본 수교회담의 3대의제인 ▲기본문제 ▲경제문제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의 폭이 크다.
첫째 기본문제상 대립은 과거 조약의 효력에 관한 해석과 지배권추구 포기조항문제로 압축된다.
일본은 이른바 「한일합방」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반면,북한은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강요된 조약에 정당성이 있을 수 없으므로 일제에 의한 과거조약들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제기하는 지배권 포기조항은 과거 일본의 소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만큼 이를 특별히 양국수교조약에 넣어야 된다는 것이다.
둘째 의제인 경제문제는 한마디로 보상문제. 「재산청구권」에 모든 경제적 보상문제를 포괄하려는 일본에 대해 북한은 제6차 회담에서부터 「종군위안부」문제를 제기하고 이번 회담에선 이를 더욱 확대하며서 일본을 코너에 몰아붙이려하고 있다.
한국기자들에게 북경주재 북한대사관의 기자회견장이 공개되고 이삼노수석대표가 17일 한국기자들과의 회견을 갖기로 한 것 등은 「민족감정」을 유도함으로써 간접지원효과를 올리려는데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의제인 국제문제는 핵문제,남북관계,북한에 납치됐다는 일본여인 이은혜문제 등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적극수용과 남북한 상호핵사찰 합의로 더이상의 핵문제는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회담의 촉진을 위해 핵사찰수용에 북한이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국제사회와 일본내부에서 인정되기까지 핵문제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은 남북관계의 최근 진전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감사를 표시하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않았다.
그러나 일본이 과연 어떤 시기와 방법을 택해 핵문제와 남북관계진전에 「만족」을 표시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일본수교가 양국관계로서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관련도 되기때문에 순수한 「양자간 수교회담」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별로 많지않다.
이번 제7차회담에서도 「실무적인 협정안」에는 접근조차 못한채 오는 7월 제8차회담을 갖기로 하는데 끝난 것도 양국간 회담이 갖는 이러한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화담의 공전에도 불구하고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정치적 타협에 의해 일거에 돌파될 수 있는 예측불허성이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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