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양 의혹 얼마나 밝혀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세모 사채 모집의 중간고리 역할을 해온 혐의로 수배를 받아오던 송재화씨(46·여)가 돌연 재판정에 증인으로 출두,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있다.
일계급 특진에 5백만원의 현상금까지 걸려있던 송씨는 14일 서울고법 309호 재판정에서 열린 유병언 피고인의 상습사기사건 항소심에서 다른 구원파 신도들 틈에 섞여있다 갑자기 증인으로 나타나 담당 재판부와 송씨를 검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던 검찰·경찰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세모로 흘러 들어간 자금의 비밀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에『이미 숨졌을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던 송씨는 그 동안 구원파의 총 본산인 삼각지 교회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편 다른 구원파 신도들과「통용(집단생활)」을 하며 숨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송씨의 갑작스런 등장이 세모 유사장의 재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유 사장은 1심에서 상습사기의 최고형인 15년을 구형 받아 비교적 중형인 8년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형량이 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자 초조해진 세모측이 송씨를 출두시켜 유 사장과 무관함을 증언케 하는 고육책을 썼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송씨의 느닷없는 자수가 방심하고 있던 검찰의 허를 찌른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송씨만 검거하면 어느 정도의 자금이 어떤 방법으로 세모 측에 전달됐는지 곧 밝혀낼 수 있을 것처럼 말해왔으나 정작 송씨가 나타나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자 내심 당황하는 기색이다.
세모 유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22일로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때까지 입을 열지 않기로 작심한 것이 분명한(?)송씨로부터 별다른 자백을 받아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송씨의 출현이 유씨에 대한 형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송씨는 법정에서『유 사장과는 평신도끼리의 관계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자금을 조달한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판부가 그 같은 진술을 인정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송씨가 10개월이나 수배를 받으면서 자진출두하지 않고 도피생활을 계속했고 ▲전남도경에 구속됐을 당시 유씨가 사장으로 있는 삼우 트레이딩에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며 ▲신도들에게『유 사장이 지혜자이니 돈을 모아드려야 한다』고 설교하고 다닌 사실 등이 확인됐기 때문에『유 사장과 아무 관계도 없다』는 송씨의 증언은 오히려 재판부에 나쁜 인상을 주게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송씨의 출두는 지난해 7월 오대양 생존자들의 자수가 오히려 묻혀있던 과거를 새롭게 드러내는 바람에 결국 유씨가 구속됐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