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대선체제 시동/정 대표 대권후보 선출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예정된 수순… 「건설신화」 정치에 접목부심/정치지도자로서의 도덕·진실성 문제로
국민당이 15일 전당대회에서 정주영대표를 대통령후보로 선출함으로써 4당중 최초로 본격적인 대선체제 출범의 닻을 올렸다.
정 대표의 대통령후보선출은 일찌감치 예정된 수순이었다. 정 대표 자신도 『이미 그렇게 되기로 돼있던 일인데 감회는 무슨…』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국민당은 전당대회 자체를 하나의 통과의례로 생각해 단순한 기립투표 형식을 취했다.
이는 국민당 자체가 정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다른 야당과 정 대표 자신이 대권에의 야심을 표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기간에 서둘러 만들었으며,지금까지 대권창출을 목표로 달려왔다.
현대출신 한 핵심당직자는 『국회의원 몇명 만들자고 창당한 것은 아니다. 그까짓 의원자리야 창당하고 총선치른 돈으로 살 수도 있었다』며 세간의 중도포기설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다.
다시 말해 정 대표와 현대출신 핵심측근들은 본연의 과제인 「대통령 만들기사업」을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인식에서 당을 만들고 총선을 치러 원내교섭단체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당은 당초 5월초 대선기획단을 발족,총진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핵심참모인 박세용·송윤재특보가 현대상선 탈세사건으로 구속됨에 따라 인선난을 겪어 6월초로 연기했다.
바로 이 조그만 좌절이 국민당과 정 후보의 취약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 후보가 앞으로 겪고 넘어가야할 험난한 길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경제인으로서 얼렁뚱땅 넘겨도 문제되지 않았던 취약점들이 공사간에 정 후보를 좌절케할 가능성이 도처에 깔려있다.
아무튼 총선에서 보여준 현대인맥의 특출한 기능이 대선은 물론 국민당의 수권능력까지 담당할 태세다.
정 후보는 적수공거에서 저돌적인 추진력,기회의 기민한 포착과 활용,수단·방법을 가리지않는 기업인 특유의 근성,정권과의 유착 등으로 세계적 부를 창출했다.
그러나 그 유례없는 성공의 과정에서 발생했으나 그동안 가려져있던 사실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정 후보에게 어쩌면 시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현대상선 탈세사건 같은 뇌관이 정 후보 주변에 널려있고 총선과는 달리 정 후보 개인의 모든 것을 발가벗기는 혈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쌀가게 배달부에서 국내 최대 기업총수로 일어선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재계대통령」에서 「진짜대통령」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뤄왔던 건설의 신화를 정치에서 꿈꾸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는 능력의 탁월성에 반해 일관성 및 신뢰성,정치지도자로서의 도덕성 및 역사의식에 의심을 받고 있다. 14대총선이 끝나자마자 노태우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선거용」이었다고 후퇴하고 「정보기관의 하수인」이라고 맹공했던 중앙선관위를 찾아가 사과한 부분은 평소 언행의 진실성을 회의케 하는 대목이다.
총선때 정부와 현대대결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갔던 정 후보는 총선후 정부와의 화해제스처를 취하는 특유의 「상술」을 발휘했다.
재벌당이미지를 벗기위해 재벌해체론을 주장하면서도 「현대부터 해보라」는 지적에는 묵묵부답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선 막바지에 도저히 승산없다는 판단이 설 경우 정 후보는 승부사의 기질을 또다시 발휘,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꼬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는 단호히 부인하고 있다.<오병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