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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한「두만강 유역개발」와타나베 도시오<일본·동경 공업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나진·선봉·청진의 대외개방은 분명 반길만한 획기적인 일이다.
중국 길림성 혼춘이 이미 경제특구에 준하는 연해 개방도시 대우를 받고 있으며 러시아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 극동개발의 한 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확실해지고 있다.
두만강 하구지역은 천연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한 프런티어다.
이 지역에 일본·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다면 그 잠재력은 크게 일어날 것이다.
일본 니가타항을 출발한 배가 싱가포르·수에즈운하를 지나 독일 함부르크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1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니가타에서 청진·나진을 거쳐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면 2주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유라시아 랜드브리지」구상이다.
이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북한 북쪽 3개항의 대외 개방이 필수적이다.
길림성 혼춘은 구 소련으로부터 두만강 항행권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대형선박이 동해로 나오기가 매우 어렵고, 블라디보스토크·나홋카는 겨울철에 동결되기 때문이다.
그럼 3개항의 개발 가능성은 과연 있는 것일까.
현재 북한이 자본과 기술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외국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필자의 생각으론 개발지원 능력을 가진 나라는 한국과 일본 두나라 뿐이다. 일본이 북한을 도울 자본과 기술을 갖고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글로벌 비즈니스」를 통해 세계 각지에 많은 투자기회를 가지고있는 일본 기업들이 굳이 조건이 나뿐 북한으로 진출하려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따라서 남북통일의 길을 우월한 입장에서 열어나가려는 한국이 그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아시아 경제권 가운데 가장 활황을 맞고있는 곳은 중국 광동성과 홍콩을 잇는 화남경제권과 복건성과 대만을 잇는 해협 경제권이다.
이 지역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홍콩과 대만이 같은 피와 언어로 이어져있는 광동성과 복건성에 대량 투자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두만강 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갈 주체는 한국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우선 한국기업이 일본·홍콩 등 기업과 손을 잡고 간접적으로 북한에 진출한 다음 일정단계에 이르면 직접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이번 평양 국제회의에서 북한 당국이 모든 진출국가를 평등하게 취급한다고 발언한데 대해 필자가『한국계 기업의 차별대우는 없을 것인가』라고 묻자 북한 대표는 일언지하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선봉 자유경제 무역지대는 다시 말해 자유 가공구며 중계무역항 기능보다는 가공생산 기능이 더 강하다.
북한 당국은 우대조건을 부여해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의료·식품가공·기계·전자·서비스 부문 등에서 외자 1백% 또는 합작사업을 적극 전개하려 하고 있다.
합작사업이 해당지역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려면 북한 국내기업으로부터 부품·중간제품 등이 시장가격에 따라 제공돼야 하며 노동자의 자유로운 고용이 보장돼야한다.
다시 말해 비록 한정적이나마 자본주의 요소 도입이 불가피하다.
이것을 북한이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는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
북한의 대외개방에 대한 확고한 의사가 그들의 사상체계와 어디서 어떻게 타협하게 될 것인가. 마지막 남는 의문이 이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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