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다가선 「유럽합중국」/불 하원 헌법개정안 통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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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권 제한 등 국내법 걸림돌 제거
유럽동맹에 대비한 헌법개정안의 프랑스 하원통과는 유럽합중국으로 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로 프랑스가 운명의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EC 12개국 정상들은 작년말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 모여 장차 유럽합중국 건설의 토대가 될 유럽동맹 조약에 최종 합의한바 있다. 경제 및 통화통합과 정치통합을 골자로한 이 마스트리히트조약은 지난 2월 12개국 외무장관들의 조인절차를 거쳐 이제 각국 비준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조약의 발효시기가 EC 시장단일화 시점인 내년 1월1일로 돼있으므로 각국은 늦어도 연내에는 비준절차를 끝내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프랑스의 이번 헌법개정은 이 조약의 비준을 위한 전단계로 지적되고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르면 EC시민은 거주지에 관계없이 EC내에서는 똑같은 시민권을 누리게돼 EC내 다른 나라에 살고있더라도 거주지 단위로 실시되는 시의회선거에는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 조약은 또 각국은 유럽통화단일화와 경제통합을 위해 필요한 국가주권을 EC에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현행 헌법은 모든 선거권은 프랑스 국민만의 고유한 권리로,또 경제 및 통화정책에 관한 권한은 국가의 고유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어 마스트리히트조약과 모순되고 있다.
이번 헌법개정은 유럽대통합이라는 대의명분 앞에 이같은 신성한 국가권한의 양보를 뜻하는 것으로 국가운명에 관계되는 중대한 결정이 아닐수 없다. 그런 만큼 의회심의 과정에서 엄청난 논란과 격론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헌법개정안의 하원통과는 프랑스가 유럽합중국으로 가는 운명의 일보를 내디딘 것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EC 12개국 가운데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이탈리아·벨기에·룩셈부르크 등도 이 조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EC 각국의 조약비준절차는 국가마다 다르다. 현재 국별로 그 절차가 진행중인 데 지금까지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는 덴마크의 경우 지난 12일 조약비준안이 의회를 통과,오는 6월2일 국민투표만을 남겨놓고 있고,아일랜드도 6월중 국민투표로 비준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12개국중 단 한나라에서만이라도 비준이 부결될 경우 유럽합중국 건설은 중대한 차질을 빚게될 전망이다. 이 조약의 순조로운 비준여부로 유럽 대통합에 대한 유럽인들의 의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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