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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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치러진 대전 서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중심당 심대평후보가 당직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4.25 재보선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민주당 김홍업 후보가 25일 밤 전남 무안군 무안읍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열린우리당은 없었다'.'한나라당엔 싫증났다.'

4.25 재.보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나라당으로선 17대 국회 이래 첫 재보선 패배다. 패배의 내용은 더 뼈아프다. 대선후보를 놓고 다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모두가 올인한 대전 서을에서도 졌다. 두 사람의 지지도를 합하면 60%가 넘는다. 당 지지도도 40%를 넘나든다. 공천 문제, 잇딴 선거 부정 등 악재가 이어진 탓도 있지만 한나라당의 연승 가도에 대한 싫증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한나라당의 단골 메뉴인 정권교체론도 먹히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대전 발전과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바닥민심을 보여주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아예 선거에 나서지도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세 곳 중 두 곳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유일하게 낸 곳이 화성이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여섯 곳 모두에서 공천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공개적으론 "통합을 위해 전략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후보가 없어서 못낸 것"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화성에 나선 후보는 낙선했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의 연패 기록은 '41대0'으로 늘어났다.

"집권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역사상 첫 케이스일 것이다. 선거 결과는 열린우리당으론 안 된다는 메시지"(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란 분석이 나온다.

선거 내내 노무현 대통령도,열린우리당도 거론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상대는 열린우리당이 아니었다. 역대 재보선의 단골 메뉴인 정권 심판론이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失政)은 더이상 선거 이슈가 못됐다.

재보선은 통상 당대당 대결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엔 인물 싸움이였다. 전남 무안-신안에선 민주당 김홍업, 대전 서을에선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공천 잡음으로 초반에 고생했던 김홍업 후보의 당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 영향력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 심대평 후보의 당선은 충청 민심이 '대선에서 충청의 역할론'에 호응한 결과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으로선 가혹한 민심 성적표를 받은 꼴이 됐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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