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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관광자원」찾아 활용해야죠"|온천 연구 외길 28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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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재 온양·유성·수안보·부곡·백암 등 전국의 주요 온천장을 찾는 사람은 연간 줄잡아 3천만명. 주말이나 연휴에는 온천장마다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고 매일 엄청난 수량을 퍼내는 이 온천들은 대부분 위장병·신경통·피부염 등 각종 약효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온천이 몸에 좋고 효능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국내에 온천은 도대체 얼마나 되고 어떤 약효를 가지고있는 것일까….
줄을 잇는 이런 의문들은 한국 온천개발 연구소 박현 소장(47)에게 간단한 전화 한통화 만 하면 해결된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65년 일본에 건너가 북해도 대학과 시즈오카 대학에서 공부를 한 그는 온천이 2천3백개에 이르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28년동안 오로지 온천과 관광분야만 연구해온 국내 최고의 온천전문가다.
『60년대만 해도 국내에는 온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실정이었습니다. 온양온천을 비롯, 유성온천·수안보·부곡 등 몇몇 유명 온천들이 개발되었을 뿐 80년대에 들어서야 온천법이 생겼을 정도니까요.』
68년 귀국해 여행 가이더와 에스코트 자격을 취득하기도 한 그는 80년대 초까지 MBC 여행사업부와 대한여행사 등 여행업계에 몸담아오면서 틈나는대로 전국의 온천들을 직접 답사하는 한편 일본을 비롯, 독일·벨기에·영국·미국·대만 등 전세계 유명온천국가 50여개국을 돌며 15만컷 이상의 온천사진 등 각종 온천자료를 수집해왔다. 80년대 말 국내최초로 온천관련서적『한국의 온천』을 펴내는 등 10여종의 온천서적을 발간하고 신문·잡지·TV 등에 각종 온천정보를 제공해온 그는 86년엔 아예 한국 온천개발 연구소를 개설하고 주간신문 온천관광 신문과 월간잡지 온천정보도 등록, 발행해오고 있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온천지구로 고시된 곳은 51개입니다. 행정절차가 진행중인 곳도 40여개, 개발진행중인 곳은 1백개가 넘지요. 이런 속도로 진행된다면 오는 2000년엔 1백개 가량의 온천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추가로 개발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온천들에 대한 관리와 보호도 게을리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약효를 제공하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은 온천들의 개발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그는 날마다 엄청난 수량을 소비하는 기존 온천들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온천수가 채량은 한계가 있고 귀중한 자원이므로 일정기간 휴식을 갖거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절실하다는 것.
온천의 용천병은 무섭습니다. 온천이 한번 수량도 줄고 성분도 나빠져 이 상태에 빠지면 회복을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이상 걸립니다. 현재 수안보온천을 비롯, 백암·부곡온천 등이 위험상태에 직면해 있어요. 수안보온천의 경우 벌써 제한 급수를 시작했고 유성온천은 새로운 공구굴착에 들어갔습니다.』
국내기존 온천들 대부분이 용출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온천보호를 위해서 새로운 온천개발이 필요하거나 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처럼 온천병원을 설립, 원맥을 찾아 부족한 수량을 급수하거나 휴식년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해마다 엄청난 인구가 온천을 찾으면서도 아직까지 온천 이용방법이 계몽되지 못하고 온천문화도 정립되지 않았다고 보는 그는 온천을 종합 휴양지겸 가족휴양지로 발전시켜 나가야한다고 했다.
온천의 효능으로 우선 노인성 질환이나 부인병, 만성병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꼽으며 위장병·신경통·관절염·요통·류머티스·무좀·치질·잠수병(해녀·UDT대원·스킨스쿠버 등)에도 효능이 있고 여행길·등산길·운동후의 피로회복에 좋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사용한 온천수가 양식업이나 원예·농업·지열발전·난방 등에도 활용되는 등 그 활용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온천들의 성분검사나 개발 과정에 대부분 참여해온 그가 소개하는 온천개발의 비화도 매우 다양하다.
『온천개발에 처음 뛰어든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손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요. 수맥을 찾고 물만 솟아 나오면 끝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해요. 온수가 솟고 지구지정을 받았더라도 과정이 겨우 10% 진행됐다고 보면 됩니다. 국토이용 계획변경을 비롯, 관광지 지정·도시계획·환경영향평가·토목공사 등이 진행되는 동안 넉넉한 자금과 고도의 기술도 가져야하고 상당한 세월도 소요된답니다.』
전남구례의 지리산 온천의 경우 조급히 서두르다 개발회사 대표가 네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하면 패가망신해 죽음을 불러온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는 그는 토지거래 허가제가 실시되고 있어 통상적인 인식처럼 부동산 투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과거처럼 2백∼3백m정도에서 손쉽게 용출되는 온천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적어도 1천m이상 공구를 뚫을 수 있는 착공기술이 요구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온천은 대부분 알칼리성 온천입니다. 몸이 산성인 만큼 알칼리성 온천욕이 좋긴 하지만 항상 그런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체질에 알맞은 온천을 찾아 1∼2주정도 머물되 3주 이상 치료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장시간 동안 머물거나 연속해서 같은 온천장만 찾을 경우 체질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온천욕을 즐기려면 가급적 자신의 생활 근거지와 멀리 떨어져있는 온천장을 찾도록 권하는 그는 온천을 성분에 따라 분류한다면 70여가지나 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단순전인 유성·수안보·온양온천은 신경통·류머티스에 좋고 유황온천인 도고온천은 피부질환과 안질에 효능이 있으며 식염천인 해운대 온천은 신경통·소화불량·요통·변비환자에게 알맞다는 것이다.
국제 온천기후 물리학회와 일본 온천협회·사이코트로닉스 연구소 등과 제휴, 요즘에도 세계적인 각종 온천정보 교류를 계속하고있는 그는 올해엔 온천개발 협회 등과 함께 연4회 이상의 온천 세미나 등을 개최, 새로운 온천개발을 촉진하는 한편 온천이용을 계몽하고 온천수 고갈에 따른 보존운동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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