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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4당대표 회동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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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당에 돈 준 것을 불라는 이유로 기업들이 검찰에서 문초를 많이 당하고 있다."(崔秉烈 한나라당 대표)

"나는 여당 대표였을 때 더 많이 당했다."(金鍾泌 자민련 총재)

"지금 우리도 당한다. 부당한 점이 있다면 검사를 고발하라."(盧武鉉 대통령)

14일 盧대통령과 4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선 현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이 여실히 드러났다.

崔대표의 단식을 화제로 시작된 이날 대화는 1시간40여분 동안 계속됐다. 주의제였던 이라크 파병 문제는 20여분간만 논의됐고 나머지는 입장별로 공방이 벌어졌다.

가장 민감하게 충돌한 사안은 대선자금 수사다. 崔대표는 "말할 자격은 없지만 대선자금 수사는 공정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더 썼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대통령도 쓴 게 아니냐"며 검찰 수사를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盧대통령은 향후 대선자금 특검 수용 의사와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한 정계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대통령이 만든 게 아니라 어느날 불거져 굴러가는 것"이라며 수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조순형(趙舜衡)대표는 "이회창 전 총재는 패자고 盧대통령은 승자인데 양쪽 다 고해성사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盧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동서고금에 진실한 고해성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 관련 수사에 대한 견해는 崔대표.金총재와 盧대통령.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의장으로 갈렸다. 崔대표는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을 불러대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정치가 모든 책임을 지자"고 했다. 金총재는 "조사 과정에서 경제인이 관여되면 확인하는 정도로 그치자"고 제안했다. 반면 金의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빨리 끝내는 게 지름길"이라고 했다. 盧대통령도 "정치권이 출석이나 자료 제출 등에 적극 협력하면 빨리 끝날 것"이라고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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