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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M 영화사-존폐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으르렁거리는 사자 트레이드마크로 잘 알려진 미국의 MGM영화사가 존폐의 기로에 직면했다. 흥행에 실패하면서 엄청난 적자를 감당할 능력이 더 이상 없기 때문.
MGM의 결산을 맡았던 감사법인은 지난해 적자 규모가 3억4천7백만 달러였다고 밝히고 이는 히트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 증권감독원에 제출했다. 이 감사법인은 「앞으로 MGM이 회사로서 존속할 가능성에 의문이 간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고서에 첨부했다. 이 때문에 지금 할리우드에서는『라이언이 사라지는 날』이라는 신조어가 떠돌면서 영화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MGM은 지난해 14편의 새로운 영화를 공개했으나 대부분이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 때문에 올해 만들어야 될 새 영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주거래 은행인 네덜란드의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단기 금융으로 구멍난 재정을 메워나가고 있는 실정.
올해 모두 9편의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나 자금 사정으로 인해 겨우 한편만 촬영에 들어가 있는 형편이다. MGM의 경영 악화는 흥행 실패와 함께 MGM을 매수, 경영을 장악하려는 이탈리아 재벌 파레티와의 재판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소송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영의 발목을 잡힌 것이 또 다른 이유다.
MGM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제작하는 등 미 영화 업계의 대표주자 자리를 꾸준히 지져왔으나 이제는 주거래은행인 크레디 리요네 은행조차 장기지원 방침을 재검토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감사 보고서의 비관적인 견해에는 이러한 주거래은행의 장기 지원 방침 재검토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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