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왔을때도 맨발에 맨주먹”/LA교민들 다시 일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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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눈물 닦으며 하나 둘 거리청소/“동포끼리 돕자”구호품 줄이어
【미주특별취재반】 약탈·방화가 휩쓸고간 폐허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눈물과 땀을 훔치며 로스앤젤레스 교민들이 다시 일어섰다. 흑인폭동이 1일을 고비로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교민들은 맨주먹뿐이었던 이민초기의 각오를 되새기며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2일 오전 로스앤젤레스 버몬트가·웨스턴가 등 한인타운상가 곳곳에서는 업주와 가족들이 깨진 유리창을 청소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폭동재발 가능성이 항상 남아있는 불안한 상황을 감안,교민들은 자원봉사대의 순찰을 강화하는등 자위노력도 병행했다. 특히 폭동흑인들의 주요표적으로 알려진 옥스퍼드가 상가의 교민들은 1일밤 1백여명이 자동소총·권총으로 무장,한인타운 순찰경비에 발벗고 나섰다.
1일 발족된 범교포 4·29 비상대책본부는 이번 재난을 딛고 미국인들에게 한인들의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자며 단합을 강조하고 아수라장이 된 한인타운을 재건하기 위한 대대적인 청소캠페인도 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4·29 비상대책본부는 피해대책반(변호사협회·공인회계사협회·보험협회),경비반(해병동우회·한인타운·방범특위·한인청년단),봉사반(YMCA·YWCA·간호협회)등 6개반으로 나눠 피해조사·자체복구에 나서는 한편 보상방안을 마련,미국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가주 3천3백개 가량의 주류판매업주로 구성된 남가주 한미식품상 협회는 이번 폭동으로 가게를 송두리째 날려버린 3백여 회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1일 일부 언론사 등으로 구성된 한인 구호비상 대책위원회에는 피해교민들을 돕기위해 보내오는 성금과 생필품이 줄을 이어 뜨거운 동포애를 과시했다.
현지방송 라디오 코리아는 구호를 바라는 사람과 구호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이산가족 찾기 방식으로 서로 소개,이어주었다.
교민들은 이날 또 한인들의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한 여성교민의 호소를 라디오코리아 방송으로 듣고 오후 1시 로스앤젤레스 중심부 웨스턴가와 윌셔가가 만나는 곳에 있는 대형 주차장에서 평화집회를 가졌다.
집회에 참가한 7백여명의 교민들은 「평화」라고 쓴 피킷과 「우리는 보상을 원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애국가와 미국국가 등을 함께 부르며 한·미 화합을 강조했다.
이들의 시위에 대해 지나가는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등 평화집회를 진심으로 격려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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