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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인정-법체계·윤리관 정립이 과제|서울 YMCA 「뇌사와 사회윤리」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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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싸늘하게 식어 가는 육체에 정맥 주사와 음식물 공급, 인공 호흡기로 숨쉬게 하는 행위가 오히려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지 않은가』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는 길은 무엇인가』 『뇌사설 인정으로 인해 야기되는 법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최근 정부의 뇌사를 인정하는 입법 추진 움직임과 서울 백병원 이혁상 교수가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간을 이식하는데 성공한 것 (지난 3월) 등을 계기로 뇌사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YMCA는 지난달 29일 「뇌사 및 장기 이식과 사회윤리」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뇌사와 관련된 사회적 의견 수렴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대체로 뇌사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뇌사 문제가 단순한 의학적 사망 판단 이상의 종교적·법적·윤리적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조급한 뇌사 입법과 의료계만을 중심으로 한 뇌사 논의는 막아야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
먼저 의료계를 대표해 주제 발표한 이인수 박사 (의협 뇌사 연구 특위 위원장)는 「뇌사란 전뇌의 모든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상실된 상태」라고 정의를 내린 뒤 『인공 호흡기로 호흡이 유지돼도 2주 이내면 자연히 죽게 되므로 엄밀히 판정된 뇌사는 심장사와 함께 사망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뇌사가 인정되는 추세며, 또 우리의 경우 장기 부족으로 비윤리적인 장기 매매까지 행해지는 현실에서 뇌사 인정은 죽어 가는 다른 생명체를 구할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대 법대 김민중 교수는 기본적으로 뇌사를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국민 대다수가 뇌사에 공감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뇌사 입법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망의 문제는 상속법이나 혼인법·재산법 등과 관련해 그 시점이 아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며, 따라서 재산 등과 관련해 죽음의 시점을 조작하는 행위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
다. 또 ▲뇌사 판정의 불확실성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고의로 뇌사로 판정하는 등의 비윤리적인 의료인의 출현 ▲장기 매매 ▲전통적 사생관 위배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박철우 변호사는 형법상으로는 뇌사를 인정하면서도 사법상으로는 재산권 등의 문제가 걸려있으므로 뇌사를 인정치 않는 2원적 운용을 제안했다.
뇌사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 토론한 김영진 교수 (인하대·철학)는 『인간의 이성·의식 등에 높은 비중을 두는 뇌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는 것』이라며 뇌사 인정을 주장. 또 의료 윤리학을 전공한 맹광호 교수 (가톨릭 의대)는 『뇌사에 대한 국민적 교육과 의료인의 의료 윤리 교육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보사부 박기준 과장은 정부는 신중한 뇌사 입법을 위해 5월중 세계 각국의 자료를 수집하고 6∼7월중 뇌사 관련 특별 위원회 설치와 공청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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